ADVERTISEMENT

6.25와 이승만 대통령-(8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의 군대는 훈련을 받았지만 작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그것은 훈련부족이다. 잘 훈련된 군대라고 분류하기에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제1사단을 제외하고는 산 포를 가진 부대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리지웨이」장군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곧 개선하려고 한 결함중의 하나다. 춘천지구에서 우리 군대는 중공군에 비해 화력이 열세에 있었던 것이다.

<해주·양양 상륙 명령>
한국 해병대는 10일 「해주와 양양에 상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일격을 가한 후 철수하라는 것이다. 그 목적은 적의 관심을 그쪽으로 유인하는 것 외에도 그들의 저항력과 인력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은율과 해주 사이의 가장 큰 지구와 그 서부 지역은 아직도 우리 손에 있다.
약 2주일 전에 우리의 작은 배 하나가 적의 상황을 탐지하기 위해 해주에 상륙해서 2.5마일 가량 내륙으로 들어가 포위를 당했었다.
인솔한 장교는 적의 함정에 빠져 자살을 했지만 동반한 세 사람에게 탈주를 명해서 그 중 2명이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었다.
어제 손원일 제독은 우리에게 해주와 양양상륙의 명령은 아직도 살아있다고 말했다.
비가 오고 있다. 하늘이 회색으로 덮여 비행기의 출격과 아군에 대한 공중지원이 불가능 한 것이다.
어제부터는 초승달, 날씨가 든다는 조짐이다. 며칠 안에 날씨가 활짝 개기를 바란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시고 우리민족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오후에는 각의가 열렸으며 인플레 문제가 제기되었다. 유엔군은 은행의 지불준비금도 없는 돈을 4억 원이나 빌어갔다. 균형예산이라고는 하지만 준비금이 없고 군의 자금수요 때문에 은행은 그저 지폐를 찍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은 ECA(경제협조처)의 미국인 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포스터」씨는 한국의 인플레이션에 관해 경고한바 있다.

<유엔, 4억 원 빌어가>
유엔군에 대한 대상 금을 위해 필요한 돈을 한정도 없이 찍어낸다면 과거 미군정 기간에 그들이 돈을 쓰고는 찍고 또 무한정 찍어 낸 것처럼 나라를 결딴나게 할 것이다. 그들이 화폐가 회수되도록 상품을 가져오든지 그렇지 않고 현금으로 은행에 갚게 되면 정부는 유통화폐의 회수방법으로 어떤 상품을 사올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리지웨이」장군이 공산군의 전술에 대응해서 다른 전법을 채택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지는 대단히 좋은 기사를 싣고 있다. 한 해병장교는 모택동의 게릴라 전쟁 론을 인용하면서 우리도 또한 게릴라 가 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대통령은 비행기로 대구에 가서「리지웨이」장군에게 한마디 해주려고 날씨가 개기를 기다리고 있다.
1월10일.
비록 동부전선에 있는 우리군대가 지난 이틀동안 휘몰아친 눈보라 때문에 전선을 가다듬어 싸우기가 힘들었지만 오늘의 전황보고는 나은 편이다. 눈이 2척 정도 깊이로 쌓여서 전선을 구축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적은 원주를 통과해 5백 명씩 한 그룹이 되어 침투해 들어왔다.
대통령은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후퇴는 패배로 인식>
오늘 오후 여성단체 대표들이 대통령을 방문하고 우리 한국사람들은 도무지 작전상의 후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사람들에게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우리 한국인의 눈에는 후퇴하는 것은 이미 패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적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 밀고 내려오는 이유는 후퇴하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하기 대문이라는 것이다.
우리장병들은 기어이 쳐 올라가겠다고 적의 총알받이가 되어있고 미국군인들은 모든 현대무기와 장비를 가지고 뒤에서 물러나고 있다고 여성대표들은 주장했다.
사람들은 만일 미국사람들이 평양에서부터 철수해온 것 같이 후퇴한다면 남쪽 돌출부까지 도달해서 부산 끝까지 밀려오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유엔군이 싸우지 않고 철수하는 것에 대해 몹시 분격하고 있다. 동부전선의 우리군대인 김백일 장군도 총알한방 쏴보지 못하고 후퇴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대통령은 여성대표들에게 앞으로는 전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과자나 양말 등 군인들에게 당장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 우리 장병들을 지원해주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와 같이 후방에서 적극 후원해주어야 장병들의 사기가 올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쌀값이 오르고 있어 어려운 국민들의 고생이 한결 더 심해지고 있다. 구정을 앞두고 쌀값이 오르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양 지사와 여러 사람들이 대통령을 안심시키려고 애썼지만 대통령은 무척 염려하고 있다.

<외국비난 상관 안 해>
이번 후퇴하기 전 서울에서는 쌀값이 오르면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희망적인 예보로 알아 다행스럽게 생각했지만 부산에서는 이와 반대로 쌀 값 오르는 것이 쌀이 부족하거나 돈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좋지 못한 조짐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통령은 항상 우리 동포들이 배고픈 설움과 남의 나라 사람들에게 천대받는 설움만은 당하지 않게 하겠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해왔으며 우리 국민이 떳떳이 기를 펴고 살도록 하기 위해 일하는데는 남이 자기에게 무슨 욕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겠다고 우리 나라와 이해를 달리하는 외국 정치인들의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손끝을 후후 불며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