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방향은 100% 맞다' 문재인, 위헌론엔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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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는 김영란법 수정론에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고 말했다. 5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의 문대표. [뉴시스]

“또다시 국가보안법처럼 회한(悔恨)으로 남게 해서는 안 됩니다.” 위헌 논란이 불거진 ‘김영란법’ 처리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측근들에게 했던 말이다.

한 핵심 측근은 5일 “문 대표가 최근 ‘노무현 정부 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 할 게 아니라 독소 조항이라도 없앴다면 당시 한나라당과 합의할 수 있었다’는 말을 부쩍 많이 했다”며 “문 대표에게 김영란법은 11년 전 국보법의 ‘데자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 대신 ‘국보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자 당내 강경파 의원 40여 명이 240시간 연속 의원총회를 열어 지도부를 성토했다. “무조건 전면폐지하라”는 요구였다. 강경론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보법은 폐기는커녕 개정되지도 않았다.

 이 측근은 “문 대표가 김영란법의 미흡함을 잘 알지만 깊이 고민한 끝에 국보법처럼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지 않고 일단 처리되도록 하는 길을 택했다”며 “큰 틀에서 물꼬를 트고 보완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충북 경제 현장을 방문 중이던 문 대표를 따로 만났다.

 - 대한변협이 김영란법에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성명을 냈다.

 “(웃으며)….”

 - 변호사 출신인데 예상되는 문제점을 어떻게 보나.

 “(표정이 굳어지며)….”

 - 김무성 대표는 우려를 표명했다.

 “(고개 돌려 기자를 보며) 음. 김무성 대표가 뭐라 한다고요?”

 - 김영란법에 입장 변화는 없나.

 “네, 입장 변화 없습니다. 네!”

 입장 변화가 없다는 문 대표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전날 기자들이 “김영란법 보완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어제(3일) 통과됐는데 언론이 너무나 앞서간다”고도 했다. 문 대표의 측근은 “문 대표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때부터 국가청렴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분명한 건 김영란법의 큰 방향에 대해선 100% 공감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달리 문 대표는 김영란법에 지지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반면 김영란법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나 위헌 논란, 수정 요구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당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문 대표는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세부 수정은 원내지도부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3일 김영란법 통과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직무연관성을 따지지 않고 금품수수에 대해 처벌할 수 있게끔 하는 걸 지켜낸 건 굉장히 큰 성과”라며 “우리 당이 새누리당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입법 취지를 지켜낸 것에 대해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 적용을 민간 영역으로 확대한 점에 대해서도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는 “부패 대책의 출발은 공직사회지만 그에 못지않게 민간 부문의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영란법 적용이 민간으로 확대된 데 대한 거부감과 생소감이 (국민에게) 있다. (정부가) ‘미운 언론’과 전교조 교사에게 칼날을 휘두르는 편파적 집행을 (야당이) 잘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표의 한 참모는 “김영란법 수정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일단 시행해본 뒤 보완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는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강태화 기자, 세종=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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