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동쪽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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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잠자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 것이 고전엔 꽤 많다.
「침부시」는 공자의 말이다. 자는 것은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잠자는 것은 살아있는 것의 연장인 만큼 그에 따르는 체절과 기품과 절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그 뜻은 시체처럼 뻣뻣하게 눕지 말고 몸이 굴 신을 가진 채 모로 누워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 잠자리의 사상은 방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어느 쪽에 머리를 두고 자야 한다는 등.
인도의 경우는 방위관념이 뚜렷했던 것 같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구시라의 사나 쌍수 아래서 입적할 때 북쪽에 머리를 향하고 오른쪽 겨드랑이를 밑에 깐 채 서향했다. 그 후에 조성된 열반 상들은 모두 그 전례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 열반 상이 부처님의 평상시 잠자리 형태인지, 아니면 죽음을 맞는 특별한 형식인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 나라에선 머리를 북쪽에 두는 것이 죽음의 자세의 보편적 형식이다. 묘 자리에 앉힌 시신은 거의 북쪽에 머리를 둔다. 그러니까 대신 한국인은 잠잘 때 동이나 남으로 머리를 두고 잔다.
그 기원은 역시 분명치 않다. 풍수지리설의 영향이란 것이 가장 그럴싸하다.
「풍수」는 음양·기여·지리·지술과 같이 모두 천지 군 행의 오묘한 이치를 뜻한다.
그러나 풍수지리설은 한 개인과 가문·왕통의 흥망성쇠를 개인의 재질과 노력이 아니라 자연의 정기를 얻느냐 못 얻느냐에 의존하는 사상이다. 일종의 감응 설이다.
삼국시대 때 중국에서 이 풍수설을 받아들인 한국인은 그것을 역사 속에서 생활화해 왔다. 양기 음택을 고르는 지관도 유난히 많았다.
좌청룡·우백호·북현무·남주작의 사신 도는 고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다.
그러나 동양에서 북은 남보다 경원되었다. 중국에서 유행한 옛날의 지남 거는 남을 가리키고 있다. 그건 서양의 자침이 북을 향하고 지도도 북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인은 특히 양기사상에 근거해서 집도 남향동문을 준거로 했다.
최근 인도 마두라스 의대의 한 생리학 교수가 연례과학회의에서 발표한 잠자리 법은 묘하게 한국인의 잠자리 습관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다.
북에 머리를 두고 자면 정신적 혼란·초조·불안감을 느끼고 대신 동쪽으로 머리를 두면 평온과 희열을 느낀다는 주장이다.
그는 막연히 주장한 것이 아니다. 지구 자장 설을 들고 나왔다. 지구자장에는 가끔 미세한 변칙 현상이 일어나 인간의 두뇌내부의 전자활동을 크게 억제하고 특히 북쪽에 머리를 두고 잘 때는 사람 체내의 생화학적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론의 정부는 어떻든 옛 동양의 지혜가 잠자리의 이상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다만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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