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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엽 기자의 어쨌거나 살아남기] 재난④ 뇌를 훈련시켜라

중앙일보

입력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마비,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시야,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울려 들리는 터널 청각이 가장 대표적인 공포 증상입니다. 숨어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거대 파도가 다가온다거나 건물이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이런 공포 증상들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사람들은 놀라면 몸을 움츠립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그와 반대로 상대를 밀어내야 합니다. 훈련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누군가 공격을 취할 때 몸을 웅크리는 대신 대상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공포나 스트레스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반복적인 ‘실제 훈련’을 꼽습니다. 심리학자 리처드 기스트는 “공포 반응을 자동으로 느끼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방어 행동이 나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선 재난에 대비해 가져야할 기본 자세 세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평소에도 뇌를 훈련시켜야 재난에 적절해 대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어떤 재난 상황이 닥쳐도 나는 달리겠다.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각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포에 눌려 움츠려 들면 안됩니다.

둘째는 호흡 조절입니다. 호흡을 조절하는 건 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모든 공포는 호흡이 조절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FBI 요원들은 전투 호흡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은 무통 분만을 위한 라마즈 호흡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키스 넬슨이라는 남자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오클라호마와 네바다에서 경찰로 재직하는 동안 여섯 번의 총격전에서 열 군데 넘게 총상을 입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의식적으로 가빠지는 숨을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깊게 심호흡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군. 머리에 총을 맞았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어”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호흡을 천천히 하면, 원시적인 공포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셋째는 비상구를 확인하는 습관입니다. 9.11 테러 당시 보안 책임자였던 레스콜라는 평소 자신이 다니는 행동반경 내의 안전지대를 늘 염두해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막상 재난 상황이 되면 우리 뇌가 먹통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재난 순간에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건 너무 늦은 일입니다.” 건물에 들어가거나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도움 벨을 누르고 최대한 벽쪽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비행기에서 호흡기를 달 때는 어른이 먼저 달고 아이에게 달아줘야 합니다. 아이부터 달아주다가 호흡이 부족해지면 어른도 아이도 호흡기를 제대로 달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산사태, 고층아파트에서 멈춘 엘리베이터, 바닷가에서 큰 파도에 휩쓸렸을 때 같은 실제 상황과 살아남는 법에 대해 들려드리겠습니다.

강남통신 김소엽 기자 lumen@joongang.co.kr

김소엽 기자의 어쨌거나 살아남기
재난(3) 공포가 시력을 앗아가다
재난(2) 탈출할 때 꼭 챙겨야할 것들
재난(1) 그 순간 시간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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