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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의 여성계 결산|여성문제 해결위한 기틀다진 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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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여성계에 있어 82년이 도약을 향한 전기를 마련한 해였다면 83년은 그 토대위에 구체적인 기틀을 쌓아 올려간 해였다.
작년 말 통과된 여성개발원법을 근거로 여성문제를 연구·교육하는 한국여성개발원이 4월21일 문을 연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정부안에 여성문제 전담기구인 여성정책심의위원회가 12월14일 발족됐으며, 여성지위 및 권익향상을 위한 선언적 조치로 유엔의「여성차별철폐협약」에 서명한 일련의 조치가 바로 그것.
이화여대부설 여성문제연구소장으로 일해온 김영정교수를 초대원장으로 한 한국여성개발원은 여성과 관련된 문제에 관한 조사연구를 주임무로 하여 여성의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연수. 합리적인 여성자원의 활용을 위한 방안 강구, 이와 관련된 각종 자료수집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돼있어 여성정책 결정에 대한 기초자료 제공의 성격이 강하다.
한편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여성정책심의위원회는 남성중심사회의 전통에서 비롯된 불평등을 행정전반에 걸쳐 시정하려는 기구.
경제기획원 보사부장관을 부위원장으로 하여 내무·법무·문교·노동부장관과 대통령 정무제2수석비서관·행정조정실장 여성개발원장등 당연직과 정의숙 이화여대총장등 1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기구설치와는 달리 이념적 차원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바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에의 서명. 79년 제34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이 협약은 법률 제도에 의한 차별은 물론 관습까지도 시정하기위해 정부가 모든 노력을 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 정부의 서명으로 여성자의 묵은 숙원이 일단은 해소된 셈이다.
그간 여성단체에 의해 주도돼 왔던 소비자보호운동이 작년말 소비자보호법 시행령이 갖춰진 이래 본격화되면서 탈여성의 조짐이 두드러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중의 하나.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회장 김동환) 소비자협동조합중앙회(회장 정홍권)등 남성참여의 소비자단체들이 새로 발족되면서 종래 여성단체들의「고발」위주의 소비자운동과는 방향을 달리하여 소비자문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연구, 중간상인의 폭리로부터의 보호등 다각도에서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
금년들어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일은 여성파트너 대여사건과 매맞는 여자. 코리어 레져사가 시도한 국내 최초의 여성파트너 대여업은 지난 9월26일 신문광고가 나간 즉시『여성이 상품이냐』는 여성계의 거센 반발을 맞았다. 대한YWCA·주부클럽등이 앞장서서 각계에 진정, 드디어 노동부 결정에 따라 15일만에 자진폐업케 됨으로써 여성계는 개가를 올렸다.
이보다 약3개월전인 6월13일 개통된「여성의 전화」는 40%의 아내가 남편에게 매맞은 경험이 있으며 약10%는 상습적으로 매를 맞고 있다는 조사통계를 내놓았는데, 때마침 구타당한 아내가 남편을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터져「가정의 폭력」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취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고 직장내의 불평등은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21년간 전화교환원으로 일해온 전 서울시외전화국 교환원 김영희씨가 한국전기통신공사를 상대로 퇴직무효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것이고 좋은 예. 그러나 삼성의 기혼여성 정규사원 공채를 비롯, 대기업이 경력을 지닌 기혼여성들에게 정규사원 내지 시간제 취업의 길을 연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83년은 여러가지 일이 해결되기도 하고 문제점을 제시해주기도 했지만 숙제도 남긴채 저물어가고 있다.
82년부터 끈질기게 요구해왔던 가족법 개정은 이렇다할 진전을 전혀 보지못한채 해를 넘기게 됐다. 특히 가족법 개정은 이미 서명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의 비준을 위한 전단계로 반드시 요구되는 작업이니만큼 이의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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