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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이공대의 신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외지에서 일본동경대에 설치된 슈퍼컴퓨터의 소프트웨어요시비를 본일이 있었다. 우리의 관심은 그시비가 아니라 세계첨단기술중에서도 최첨단의 기술을 집약하고 있는 슈퍼 컴퓨터가 대학에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문교당국이나 대학당국의 반응은 어떤것인지 궁금하다. 또 예의 예산타령에 그칠 것인가.
오늘날의 산업구조는 급속도로 기술집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전자공업과 유전자공업의 기술첨단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야에 대한연구나 개발노력이 일부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을뿐 국가적인 차원이나 정부차원에서 집중적인 투자나 교육은 민간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전무한 상태다. 특히 첨단기술의 기반조성이 될 인력의 양적·질적 문제는 앞으로 이분야의 발전에 시급한 요건이면서도 일조일석에 이루어질수 없는 것이므로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권오혁문교부장관이 27일 산업발전과 이공분야의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기위해「반도체·유전공학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특수이공계의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힌것은 이러한 우리 과학교육 현실에서 극히 고무적인 발상이다.
권문교의 이러한 발언은 정부의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의 수정내용에서 기술부문에 치중하도록 배려한 이상과 맥을 같이한다. 82년에 GNP의 1·09%에 불과했던 이학기술분야 투자를 86년에는 GNP의 2%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방향수정이 바로 그것이다.
첨단기술 인력의 양성과 확보를 위한 필요성의 인식이 정부차원에서 확인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수이공대의 신설을 검토하게 된것을 크게 환영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방법과 좋은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불가피함을 지적해 둔다.
우선 반도체나 유전공학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세워졌을때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인력이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현재 국내대학 일부에 첨단기술을 가르치는 학과가 설치돼 있기는하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선진국의 수준을 따라갈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인력은 국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우수인력의 부족과 새로운 수요를 메우기 의해서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의 두뇌를 국내에 유치하는 일이 시급하다. 해외에 있는 우리두뇌의 국내유치가 현지근무 사정이나 고용조건에 얽혀 국내유치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을수도 있겠으나 일시적인 단기계약일지라도 가능한한 많은 교수인력을유치, 확보해야 할것이다.
교육에는 교수뿐만 아니라 실험·실습을 위한 기자재가 없어서는 안된다. 실험·실습이 없는 교과서만의 과학교육이란 공소할 뿐이다. 이것은 비단 교육을 위한 실습기자재에 관한 일만이 아니고 첨단산업 발전에 몰두하는 모든 민간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자재에 대한 발주감면폭의 확대나 내국세의 혜택등 간접지원 방식을 강구하는것은 연구를 더욱 촉진하고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이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없이 민간에만 의존하는 것도 지극히 곤란하다. 모든 분야에서 낙후된 우리의 현실로는 정부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선행돼야만 현실을 타개하고 국제경쟁을 원활히 수행할수 있다. 정책적인 배려와 함께 직접적인 재정·금융적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만 고급 과학기술 인력의 확보가 가능하리라.
정부의 과학기술인력 육성노력은 그의욕이 구호나 선전에만 그치지 않고 내실이 있고 적극적인 실천노력이 뒷받침될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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