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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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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l984년은 정말 1984년일까. 35년전 영국작가「조지·오웰」이 발표한 소설『1984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설『1984년』은「빅·브러더」(대형)라는 독재자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비인간화 경향을 풍자하고 있다. 국민은 텔리비전 스크린이나 숨겨진 마이크를 통해 빈틈없이 감시당한다.
그 사회의 모든 정보는「국가」와「당」이 독점한다. 그 정보들은 필요에 따라 발표되기도 하고숨겨지거나 비틀어지기도 한다.
자손은 인공수정으로 증식되며, 당의 명령이 떨어지면 사랑하는 사람과도 가책없이 배반한다.
「오웰」은「히틀러」독일과 1948년「스탈린」치하의 소련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썼다. 원래의 제목은『유럽 최후의 인간』그러나 마지막 제목은『1984년』으로 결정되었다. 소설발표연대의 끝 숫자를 뒤집은 연대였다.
「1984년』은 작가의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유명한 여론조사기관인「루이스·해리스」에 따르면 설문응답자의 69%가 오늘의 상황이 소설「1984년」과『가깝다』는 반응을 보여주고있다.
미국에는 벌써「빅 브러더 신드롬 (증후군)」이라는 정신병도있는 모양이다. 자기의 생각, 행동이 외부의 감시를 받고 있지 않나 하는 강박관념 또는 일종의 공포심.
그 점에선「오웰」의 상상이 적중했는지 모른다. 오늘의 과학문명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 곳, 누구의 말도 엿들을수 있다. 인공위성은 지구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엿볼수 있다.
미국과 영국을 통합한「오세아니아」국가의 슬로건도 역설적이다. 『평화는 전쟁이다』『자유는노예다』『무지는 힘이다』. 이것이「빅·브러더」의「신언어」라는것이다.
「오웰」의 이 소설은 지난 35년동안 30여개 국어로 출간, 2천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오웰」은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소설 속의 1984년이 현실에 재현될 것이라는 말은 한 일이 없다. 그는 오히려 그런 세계가 올것을 두려워하고 경고한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여러가지 문명형태로「오웰」의 1984년을 닯아가는 면도 없지는않다. 컴퓨터에 모든정보를 맡기는 과학문명이 그렇고, 호텔 출입구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는 것도 예사일은 아니다. 하지만「오웰」의 소설 어디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민주선거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자유국가의 국민은 자존심과「나」를 지킬수 있는 제도다. 「오웰」은 1984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절망을 주기보다는 소설 속의 1984년을 극복하자는 사명과 과제를 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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