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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TALK] 읽고 나면 허 찔린 기분, 그게 동화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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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동화작가. 아동문학계에서 붙기 어려운 수식어다. 독자층이 대체로 어린이라서다. 그런데도 1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동화 2편, 『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표』를 펴낸 이가 있다. 황선미(52) 작가다. 황 작가는 지난달 성장 동화 『고작해야 364일』을 내놓았다. 황 작가를 만났다. 권하고 싶은 성장 동화 4권도 추천받았다.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황 작가는 “좋은 동화는 아이 자신이 읽고 싶고, 간직하고픈 동화”라며 “아이마다 기준이 모두 다르고, 엄마가 좋다고 느낀 책도 꼭 정답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대표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데 100만 부 이상 판매된 건 뜻밖의 일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뭐랄까…, 그 말에 반감이 있다.”

-반감이라니 의외다.

“내가 쓰는 건 어린이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100만 부 이상 팔리려면 결코 어린이 독자만 있지 않았을 거다.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가 읽었기 때문에 책이 장수할 수 있었다고 본다. 어렸을 때 동화를 읽고 느끼는 것과 어른이 동화에서 느끼는 가치는 다르다. 난 작품 속에 사회 군상들을 나타내고자 했다. 작품 속엔 아이도 있고 어른도 있다. 어린이 독자는 작품 속 아이한테 감정이입이 되지만, 어른 독자는 작품에 등장하는 어른의 입장에서 읽는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썼다.”

-성인이 되면 동화를 잘 안 읽는다. 동화는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동화 읽기를 딱 끝낸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동화를 찾는다. 그때 깜짝 놀란다. ‘아 동화책이 이런 거였어’ 하고. 사실 그건 내 얘기이기도 하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나도 첫째 아이에게 읽히려고 방문판매원에게 그림동화 50권을 60개월 할부로 샀다(웃음). 그런데 아이보다 내가 더 재밌게 읽었다. 어렸을 땐 작가가 숨겨 놓은 걸 못 찾는다. 어른이 되고 나면 비로소 보인다. 동화가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동화란 뭔가.

“다 읽고 났을 때 허를 찔린 기분이 들게 하는 게 동화의 매력이다. 전에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고 놀랐다. 책에 어려운 단어 하나 없고 내용도 쉽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사회의 군상을 보여주고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을 말하고 있었다. 또 내 삶을 반성하게 했다.”

-당신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성장이다. 이야기에 인물의 성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작품에서 인물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을 한다. 우여곡절을 겪고 인간적으로 성숙해진다. 한 인물의 성장을 보여주고, 이를 읽은 독자의 성숙도 기대하는 것이다.”

-좋은 동화란 무엇인가. 특히 아이들에게.

“아이마다 다르다. 아이가 읽고 싶어하고, 간직하고 싶어하는 동화가 그 아이에게는 좋은 동화다. 엄마가 읽어보고 좋다고 느낀 동화가 꼭 정답은 아니다. 물론 어른이 권해주면 아이가 좋은 책을 찾아내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직접 골라 읽어보고 ‘이 책은 별로야’라고 느끼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다. 그게 스스로의 안목을 기르는 과정이다.”

-두 아들의 엄마로서 아이들의 독서 습관은 어떻게 들였나.

“절반의 성공이다. 첫아이의 독서 지도는 실패였다. 내 방식대로 아이한테 끝없이 요구했다. 아이를 힘들게 했다. 결국 책을 너무 싫어하는 애가 돼버렸다. 대학 논술 준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둘째는 지도 자체를 안 했다. 집에 책은 많으니깐 알아서 읽더라.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는 책에 대한 자기 안목이 생기더라.”

인터뷰를 마치고 든 생각이다. 이제 서점에 가면 동화책 코너도 꼭 들르리라.

황선미 작가 충남 홍성 태생. 서울예술대·광주대 문예창작학과와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5년 중편 동화 ‘마음에 심는 꽃’이 농민문학상을 받으며 데뷔.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표』가 100만 부 이상 팔려 밀리언셀러 작가에 오름. 이외에도 『마법 같은 선물이야』 『어느날 구두에게 생긴일』 『고작해야 364일』 등 다수 출간.

조한대 기자 chd@joongang.co.kr

황선미 작가가 추천하는 성장 동화 4권

『클로디아의 비밀』
E.L. 코닉스버그, 비룡소

모범생 소녀의 깜찍한 가출 이야기. 집안에서의 차별과 달라질 것 없는 삶에서 과감하게 탈출하는 클로디아의 모험은 무작정 가방을 싸는 무모함이 아니고 무인도를 꿈꾸지도 않는다. 매우 현실적인 일탈을 감행하는 똑똑하고 야무진 클로디아. 스스로에게는 비밀스러운 성장을, 주변인에게는 신선한 변화를 선물하는 클로디아를 독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궁금하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아름드리미디어

미국에서 스테디셀러로 인정받는다는 이 작품은 틀림없이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체로키 인디언의 삶과 지혜가 아름답고도 냉정하고, 풍요로운가 하면 삭막한 인간성을 고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작은나무라는 소년에게 대를 이어 전해지는 인디언의 생활 방식과 자연에서 체득해 나가는 이치가 현대인의 정신문화와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걱정쟁이 열세 살』
최나미, 사계절

기성의 잣대로 정상과 비정상을 논하고 타인에게 비춰질 것에 전전긍긍하는 우리의 근시안적 사고에 누군가 말을 건다. 우주적 시각을 가지라고. 내 인생은 나에게 달려 있다고. 타인에 의한 나보다 스스로 이룩해 나가는 나만의 세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가 큰지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행복과 불행의 기준마저 타인을 통해 가늠하려는 우리를 반성케 한다.

『날마다 뽀끄땡스』
오채, 문학과 지성사

재혼해서 떠나버린 엄마 대신 할머니를 의지해 살아가는 섬 소녀 민들레의 순수하고 건강한 이야기. 할머니는 자애로우면서도 개성적이고 민들레는 바닷바람을 견디면서 자라고 피어나는 식물처럼 기가 팔팔하다. 그리움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기특한 소녀. 작가의 자전적 배경이기도 한 인물들의 삶이 한 지역의 풍경묘사와 구수한 입말을 통해 아름답게 전해진다.

중앙일보 江南通新의 ‘BOOK’면이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한 분야의 책을 묶어 소개하던 기존 지면을 분야별 저자 인터뷰와 그 저자가 소개하는 책 지면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BOOK&TAL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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