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당-청와대 만찬서 시종 냉소적 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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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與 임시지도부와 만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4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임시지도부인 비상집행위원들과 만찬을 함께 하기에 앞서 정세균(丁世均) 의장 겸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4일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작심한 듯 격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18일 한겨레 신문이 전했다.

신문은 정 의장이 당.청 만찬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렸지만 참석자들을 통해 당시 오간 대화 내용이 뒤늦게 흘러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당시 만찬에서 "당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당에서 보자고 할 때 안 만난 적이 없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내가 당에 이래라 저래라 시킨 적이 없다. 총선 때 전국구 1개 부탁한 것 빼고는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열린우리당 복귀와 관련해서도 "총재시켜주면 당 복귀하죠"라고 답하는 등 시종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연정론과 10.26재선거 결과 등을 두고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청와대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관련, 모종의 섭섭함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정론에 대해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던져본 것이다. 당 지도부와 다 협의해서 추진했고, 비공개하기로 한 것 뿐이다"라며 "대연정 제안을 안 받는지 왜 한나라당 쪽에 묻지 않고 나한테만 묻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10.26 재선거 패배 이후 제기된 여당 의원들의 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왜 언론에 대고 간접화법으로 이야기를 하느냐. 나에게 직접 말하라"며 "쇄신인사가 성공하는 것 못 봤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호남당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영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발표된 것보다 직설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어 한 재선 의원이 "대통령이 반발짝만 앞서갔으면 좋겠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좋지 않은 비유다. 한 사람의 신념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이 "대통령은 어버이와 같은 존재다. 당을 감싸고 안아줘야 한다"고 말했으나, 노 대통령은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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