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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공, 기독교협서 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기독교 지도협의회(회장 오경린목사) 제9차총회 및 문공장관초청 오찬연설이 16일 정오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1백여명의 교계지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진희문공장관은 오찬연설을 통해『한국기독교는 이제 받는 선교, 의존하는 종교, 잔존한 외래성을 극복하고 자주적인 한국화를 이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장관의 연설요지-.
한국기독교는 내년으로 가톨릭 2백주년, 신구 1백주년을 맞는다. 오늘날 우리가 한국근대사에 공언했던 기독교의 역할에서 배워야할 교훈을 되새겨 보는 것은 매우 뜻 있는 일이다. 첫째의 교훈은 기독교 전래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인의 자발성이다.
한국기독교는 서양선교사의 강요에 앞서 한국인 스스로가 기독교를 이당에 도입, 교리를 연구하고 신앙을 다졌다.
이같은 한국기독교의 「자발적 수용」은 세계기독교사상 유일한 예다.
한국기독교사의 두번째 교훈은 불굴의 민족주의정신이다.
일제식민주의때 한국기독교의 주권수호와 국민개화운동은 3·1운동, 각종문화교육활동에 잘나타나 있다.
6·25전쟁과 그 후의 흔란스런 상황속에서 교회는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가 되기도 했다.
일상생활로早터 학문·예술·사상에 이르기까지 기독교가 한국인의 근대의식에 기여한 공헌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국기독교는 이제 다시 한번 새로운 지평으로 갱신돼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갱신의 첫째 지표는 교회의 운적 팽창에 역비레하고 있는 질의 향상이다.
경쟁적인 교회개척, 교인배가운동, 교회대형화추세는 오늘의 한국교회가 지나친 물량주의적 가치관에 지배받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한국기독교는 이제 양적팽창으로부터 질적 승화로 그 선교의 방향을 전환시켜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성한 교회가 세속적 유혹에 빠져서는 안되며 신자들은 영혼의 정화와 품행의 모범으로 구원을 얻어야겠다.
다음은 교계일각의 「과격화 현상」 문제다.
개인구원을 위한 지나친 열광주의와 사회구원을 실천하겠다는 과도한 현실참여주의는 다같이 지양돼야한다.
이웃과 사회를 떠난 자기만의 구원이나 자기가 없는 사회만의 구원은 기독교 덕성이 아니다.
오늘의 한국이 요망하는 바람직한 교회상은 우선 다원적 가치관의 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상대적인 기독교 가치체계의 정립이다.
기독교의 진리가 절대적인 만큼 타종교·타집단의 가치관도 인정하며 공동선을 향해 서로 제휴해야한다.
다음의 과제는 오늘의 한국사회에 대한 교회의 인식문제다.
과거의 낡은 봉건질서와 강압적인 식민통치의 극복을 위한 저항·거부·비판의 강조는 이제 지양돼야한다.
오늘의 한국사회는 정치·경제가 더 이상 타율의 상태에 있거나 헐벗고 굶주리는 상황도 아니며 문화적 구체성과 독자적 가치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도 아니다.
선진의 문턱을 들어선 오늘의 한국에서 기독교가 전시대의 태도와 관점을 그대로 지속할 수 있고 그 가치관이 아무린 수정없이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한 시대착오다.
세째는 아직도 남아있는「외내생」에 대한 과감한자성이다.
기독교도 국가내의 종교이며 기독교인도 국민중의 선자인 이상 국가와 교회, 민족과 교인이 다 같은 배를 타고있는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국가의 이상과 열망, 고뇌와 아픔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이 같은 모든 과제를 해결키 위한 결론은 「기독교의 한국화」다.
한국인의 사유와 일상생활·제도·품속·학문·예술에 맞는 한국적 기독교를 재정립해야한다.
기독교속의 한국인보다는 한국인속의 기독교, 한국사회의 기독교화보다는 기독교의 한국화를 이룩해야 한다.
정치와 종교도 그 고유의 분야에서 서로 독립적·자율적이라 하더라도 양자는 모두 동일한 대상인 인간의 개인적·사회적 사명에 붕사함으로써 실제상으로나 내면적으로는 연계되어있고 상호작용하며 깊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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