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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경영'으로 8년째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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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구의료원을 본받자."

적자에 허덕이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산하 의료원은 물론 민간병원.기업체 등에서도 대구시 산하 지방공사인 대구의료원을 잇따라 벤치마킹하고 있다.

대구의료원이 지난달 행정자치부의 2005년도 전국 의료원 경영평가에서 8년 연속 최고 등급인 '가'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전국 34개 의료원 중 가등급은 10%만 받고, 5~6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원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의료원이 공기업의 경영혁신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료원의 변신은 1998년 7월 1일 이동구(60) 원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다 대구시 공모에서 원장으로 선임된 그는 부임 이후 "의료원이 살아야 직원이 산다"며 경영혁신에 나섰다. 기회 있을 때마다 직원.노조를 설득했다. 83년 설립 뒤 15년간 계속된 적자(누적적자 34억4000만원)로 위탁경영.매각이 검토될 당시여서 신변에 불안을 느낀 노조원들도 공감했다.

우선 300여 명의 직원이 조를 짜 2박3일씩 가나안농군학교에서 경영.친절교육을 받았다. 노사합의의 경영혁신안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진료과장(전문의) 30명에게는 연공서열식 보수를 파괴하는 성과급제와 계약제가 적용됐다. 그달의 수입을 따져 환자 진료 실적에 따라 월급 외 성과금을 더 주기로 한 것이다. 환자를 많이 진료한 과장은 최고 600만원을 더 받았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던 진료과장에겐 99년부터 2년 단위 계약제가 실시됐다.

이 원장은 "반발한 진료과장 5명이 집단 퇴사하기도 했지만 환자 진료 목표를 정하고 실적에 따라 성과금을 주자 6개월 만에 환자는 15%, 수입은 28% 늘어났다"고 말했다.

팀장 등 보직간부(21명)에겐 연봉제가 도입됐다. 근무.다면 평가 외에 개인의 목표와 성과를 확인하는 '목표성과평가제'를 실시, 등급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했다. 이를 실시하자 같은 직급에서도 연봉이 400만~500만원씩 차이가 났다. 실적이 나쁜 3~4급 팀장 6명은 보직에서 탈락, 5급이 팀장을 맡기도 했다.

퇴직금 누진제를 없애고 명예.조기퇴직을 시행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수직적 조직인 과.계를 팀제로 바꿔 경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썼다. 3월 의료원 내에 경북과학대 분교(사회복지과)를 개설했다. 이 학과에는 직원 21명이 다니고 있다. 또 같은 달 공기업 최초로 병원 안에 어린이집(15명 수용)을 마련했다.

환자 배려에도 힘썼다. 부설 한의원을 열어 양.한방 협진체제를 구축했으며 의료원 인근 지역 주민을 위해 순환버스를 운행했다. 병원 안에 소공원을 조성해 환자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했고, 이곳에 문화공연도 펼쳤다. 응급실.장례식장도 확 바꿨다.

경영 상황도 철저히 공개했다. 그 결과 노조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임금.단체교섭을 사용자에게 위임하는 노사평화선언을 했다. 노사는 공기업 최초로 2004년 6월 주 40시간근무제를 도입했고, 성과를 인정한 행정자치부는 상금 10억원을 지급했다. 의료원은 또 한 번 변신을 시도 중이다. 이 원장은 "2007년 3월과 7월까지 최첨단 장비를 갖춘 '팍스건강증진센터'와 특수질환 전문 병동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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