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달러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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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의 올해 (83년도) 국민1인당 GNP가 2천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1천5백∼1천6백달러선에서 3년동안을 맴돌다가 드디어 재도약이 시작되나 보다, 대견한 일이다.
이정도의 GNP면 아르헨티나의 2천3백90달러, 멕시코의 2천1백30달러, 브라질의 2천50달러에 접근한다. 선진 신흥공업국과 어깨를 겨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GNP산출의 기준연도를 75년에서 80년으로 바꾸는데 따른「통계수정」이 큰 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약8%의 GNP 상승효과를 보는 것이다.
더 심한 경우가 있다. 일본의 1인당 GNP가 2천달러를 돌파한 것은 71년이다. 이 해 일본의 1인당 GNP는 77만2천3백엔. 이것을 당시의 대달러환율 3백60엔으로 나누면 2천1백45달러가 된다.
그러나 작년 미국의 어느 잡지가 세계 각국의 1인당 GNP를 「80연도기준」으로 산출한 것을 보면 일본은 이미 1960년에 2천5백4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돼 있다. 2천달러 돌파의 시기를 무려 10여년이나 압당긴 것이다. 역시 통계수정의 덕분이다.
뭐 그렇다고 기준연도의 수정이 통계상의 조작은 아니다. 선진국도 5∼7년마다 기준연도를 바꾼다. 경제규모의 실상에 보다 접근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작업일 뿐이다.
각세하고-. 과연 2천달러상의 국민생활은 어멓게 달라질까.
우선 전에는 못보던 새 상품들이 등장한다. VTR, 콘더미니엄·전동차등.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의 국내생산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눈을 떴기 때문이다.
2천달러는 고성장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일본의 성공담도 71년이후에 이룩했다. 73년의 GNP가 영국을 추월했는가 하면, 75년엔 드디어 서독을 제치고 자유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우리도 과거 20년간의 저력을 발휘할 시기가 바로 80년대다.
사회적으로 공해와 임금격차, 소비자보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 일본의 경우 「미나마따 (수후) 병」에서 환자측이 전면 승소한 것이 73년. 대기업의 50∼60%선에서 맴돌던 중소기업의 임금이 70%선까지 접근한 것이 70∼73년의 일이다.
바로 빈부격차의 심화. 신흥 부자의 등장 등에서 오는 상대적 빈곤감의 해소를 위한 반생적 정책들이다.
뿐만 아니라 노인복지, 건강, 지적활동, 여가에 대한 관심도가 일층 높아진다. 자유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대학교육시설, 특히 자연계 대학생의 증가도 2천달러당의 큰 특징. 74년 영국 대학생의 15%가공학비공인데 비해 일본은 21%였다. 이것조차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었다.
이제 시대는 단순히 사는 것보다는「어떻게 사느냐」가 중시되는 시대로 접어든다. 80년대 후반은 계속 이 문제와 씨름을 하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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