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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골칫거리 황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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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호 31면

최근 가족과 함께 전남 목포를 여행했다. 유적지를 방문하고 낚시를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목포에 도착한 첫날에는 밤 하늘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청명한 날씨였는데, 이튿날 아침부터 갑작스런 황사로 인해 주변이 온통 뿌옇게 변해 버렸다. 흐린 날씨가 아니었는데도 유달산에 올랐을 때 볼 수 있었던 것은 뿌연 황사뿐이었다.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황사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여행을 왔나”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심신에 휴식을 주기 위해 떠난 여행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꼴이 된 것이다.

한반도의 남서쪽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목포의 상황이 이렇다면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당시 인터넷을 통해 ‘공기 건강지수’를 체크해보니 역시 ‘건강에 안 좋음’이었다.

이제 대기오염 문제는 비단 서울 등 대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접 경험했듯이 지방 해안도시인 목포에서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요즘의 황사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황사가 포함하고 있는 물질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초미세먼지다. 지름이 2.5㎛ 이하인 물질로 주로 중금속과 화학물질 등이 주성분이다. 인체에 들어올 경우 폐ㆍ심장 등에 침투해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요즘 한국의 날씨 정보에서 맑거나 흐리거나 비가 온다는 것은 더 이상 중요치 않다. 시민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초미세먼지 농도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이는 중국에서의 황사 발생 여부와 바람 방향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한국의 대기오염 정도는 미국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는 대기오염이 거의 없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제조업체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 웬만한 지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날이 적지 않다. 특히 초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측정치가 중국의 대도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는다.

중국도 이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나 대기오염이 개선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이를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부작용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의 치명적 위험에 대한 인식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한 시민이 지방정부를 상대로 대기오염 피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낸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그의 주장은 “지방 환경보호국이 대기오염 관리와 대책 마련에 소홀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의 소송은 중국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첫 대기오염 소송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다만 대기오염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배출하는 초미세먼지는 현재 동북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아직 신뢰할만한 연구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막대한 피해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국경을 넘어오는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초국가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다른 주에서 배출한 오염물질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법적 대응과 함께 해결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한다. 이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ㆍ일본 정부가 초국가적인 협력을 위해 나서야 할 차례다.



한스 샤틀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2004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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