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팬이던 소년, 인질 참수자 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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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와지의 초등학교 시절 모습(왼쪽)과 지난해 IS 참수 동영상에 등장한 모습.

영국의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좋아하고 컴퓨터 게임을 즐긴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커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대원이 됐을 뿐 아니라 서방 인질을 최소 7명 참수했다. 서방 언론은 서방 출신의 이슬람 전사라는 뜻으로 ‘지하드 존’이란 별명을 붙였다.

 런던 서부 출신의 무함마드 엠와지(27)의 인생유전이다. 2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쿠웨이트에서 태어난 그는 6세 때 런던 서부로 이주했다. 근면한 부친 덕에 중산층의 삶을 살았다. 학창 시절 “근면하다” “공손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한 교사는 “엠와지가 성실하고 책임감 있으며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옳은 길을 찾는 아이였고 폭력의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웨스트민스터대에 진학해 컴퓨터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즈음에도 그는 ‘옷 잘 입는 예의 바른 젊은이’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그의 삶의 변곡점은 2009년 여름 탄자니아로의 ‘사파리 여행’이었다. 그는 무함마드 이븐 무아잠이란 가명으로 친구 두 명과 함께 탄자니아로 향했다.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으나 입국이 불허됐고 다음 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엠와지는 같은 해 쿠웨이트로 가서 IT업체에 취직했다가 이듬해 두 차례 런던을 방문하는데, 두 번째 방문 이후 쿠웨이트로 돌아가지 못했다. 비자가 거부돼서다.

 그 무렵 그가 가까이했던 테러 관련 수감자 인권단체인 CAGE는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영국 정보기관(MI5)의 요원이 엠와지에게 알샤바브가 있는 소말리아로 가려 했다는 혐의를 씌우고 그를 정보원으로 고용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엠와지가 이후 “런던에서 수감자처럼 지낸다. 정보 요원들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받는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사파리 여행을 계기로 한 당국의 부당한 감시와 처우가 엠와지를 극단화하는 계기였다는 뉘앙스다. CAGE의 아심 쿠레시 국장은 “엠와지가 경찰에게 두들겨 맞고 목 졸림을 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그는 제도를 이용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꾸기를 바랐지만 제도는 결국 그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판단은 다르다. 이전에 이미 극단주의에 빠졌다는 거다. 당초 길거리 패거리 조직이었다가 소말리아의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얄샤바브를 위한 비밀 네트워크로 변모한 ‘북부 런던 보이스’의 일원이었다고 한다. 영국 정보기관이 2007년 ‘관심 대상’으로 분류한 상태였다. 조직원이던 빌랄 알베르자위가 2009년 3월 케냐로 ‘사파리 여행’을 떠난 뒤 입국 불허돼 돌아왔다가 10월 소말리아로 가 알샤바브에 합류한 일도 있었다.

 엠와지의 탄자니아행은 그 사이의 일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엠와지 등 많은 이가 소말리아행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비밀 네트워크는 보다 쉽게 갈 수 있는 시리아로 눈길을 돌렸다”고 전했다. 엠와지는 2012년 시리아로 갔다.

 웨스트민스터대 시절을 주목하는 데도 있다.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2011년 극단주의 성향의 단체에 속한 학생이 이 대학의 학생회장이 됐다”며 “당국이 대학에서의 극단화 가능성도 살펴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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