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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수도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가정에 공급되는 상수도의 질을 개선키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가 가정에 공급되는 수도물을 꼭지에서 나오는 그대로 마셔본 것이 무척 오래된 것 같다. 반드시 끓여 마시거나 정수기를 붙여 걸러낸 물을 마시고 있다.
상수도 취수원인 강물의 오염에서부터 시작해서 수원지의 여과, 소독과정에서 생기는 잔류염소, 낡은 송수관으로 인한 녹물의 유입등 상수도를 마음놓고 마실 수 없는 이유는 많다.한 여생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부의 대부분이 현재의 수도물은 오염이 심해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수인성 질병등을 우려해서 물을 정수기로 거르거나 끓여 마신다는 주부가 전체의 98% 이상이나 된다.
실제로 수도물 소독용으로 투입하는 염소의 화학작용에 의해 발생되는 유해물질(THM)이 상당량 검출되고 있다. 또 낡은 수도관은 누수율을 높이고 때로는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수질기준을 높이기로 한것은 국민생활 보건면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정부는 수도물을 보다 깨끗이 하기 위해 수원지 정수장에서만 실시하던 상수도 위생검사를 가정의 수도꼭지에서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수질기준도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 이상으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때 외국인이 수두물을 안심하고 마실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현재도 주한 외국인들이 국내 수도물을 마시지 않고 별도의 청정한자연수를 공급받고 있는 형편이다. 외국인이 기피하는 식수를 우리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마셔왔으나 앞으로는 외국인이나 내국인이 모두 한가지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은 수도물의 색도와 탁도·잔류염소 검사를 매일 한번 이상, 병원성 생물· 유독물질·광물질등 검사는 월1회 이상 정수장과 가정에서 실시하는등 수질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합성세제 성분인 ADS와 카드뮴·크롬등 중금속의 허용량도 내리고 급수사정의 관리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수도물의 수질을 개선하는데는 마땅히 이러한 정수·송수 과정의 처리와 관리가 중요한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식수취수원인 강물의 오염을 원천적으로 막는 일이다.
서울에서 한강 하류의 물은 영등포의 경우 수질환경 기준으로는 소독을 해도 마실 수 없는 물로 판정이 나있다. 서울 보광동 수원지는 아직은 취수가 가능하지만 인접한강의 오염도가 한계에 이르고 있어 이대로 가면 취수를 중단해야할 정도다. 이제 상류로 올라가 팔당으로부터 물을 끌어오고 있으나 이곳도 2급 수원지로 떨어져 위기에 임박해 있다.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강물의 오염을 막아야하며 특히 상류의 오염은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 오염된 물이 깨끗이 하기 위한 화학처리는 또 다른 물의 오염을 초래하기 쉽다.
강물을 다스린다는 것은 곧 공장 폐수나 생활하수등 우리가 쓰고 버리는 물을 잘 버려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버리는 물은 다시 되돌아 우리의 입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면 한방물의 하수·폐수인들 소홀히 다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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