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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농산물 걱정 안해요" 스스로 농사 짓는 농촌 초등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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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자신들이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담그고 있는 예산 고덕초등학교 학생들.

'기생충 김치'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급식에 활용하는 학교가 있다.

◆ 배추 길러 김치 만들기=지난 7일 오후 3시 예산군 고덕면 고덕초등학교 운동장 옆 배추밭. 잡초를 뽑거나 배추잎에 붙어 있는 벌레를 잡는 학생 20여명의 손길이 분주했다.

학생들은 지난 8월 150여평의 밭에 직접 씨를 뿌린 뒤 배추를 길러 왔다.

이달말쯤 300여 포기의 배추를 수확, 김장을 담가 학교 급식 때 반찬으로 먹을 예정이다. 전교생 200여명이 3개월 간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양윤선(13.6학년)군은 "농사 짓느라 힘은 좀 들지만 기생충 걱정 없이 김치를 먹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 옆 개인 땅을 무상으로 빌려 지난해부터 배추를 비롯해 무.파.상추 등 각종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채소 가꾸기에는 3~6학년 학생 140여명이 참가한다. 농약은 전혀 쓰지 않고,거름은 낙엽 등을 모아 만든 퇴비를 사용한다. 벌레는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잡는다. 김치 담그는 요령은 급식 담당 영양사가 지도한다. 학생들은 김장김치를 옹기에 담아 운동장 한 쪽 땅속에 묻어 두고 이듬해 봄까지 먹는다.

파.상추 등 다른 채소도 모두 급식 때 식탁에 오른다. 이 학교에서 연중 소비하는 채소의 70%는 학생들이 가꾼 농작물로 충당한다.

이찬원 교사는 "김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김치를 잘 먹지않던 어린이들도 김치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급식용 쌀 수확=공주시 정안면 석송초등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벼와 고구마.밤 등을 재배해 급식용 농산물로 쓴다.

학생들은 학교 앞 논 670여평에 농사를 지어 최근 80kg들이 쌀 10가마(180여만원)를 생산했다. 농약을 쓰지 않고 논에 오리를 넣는 '친환경 농법'을 도입했다.

이 학교가 소비하는 급식용 쌀은 연간 6~7가마. 따라서 올해 생산된 쌀은 전교생 96명이 1년간 먹고도 남을 양이다.

학생들은 밭 240여평에서 고구마 1000kg(200여만원)도 수확, 간식용으로 쓴다.

서성길(59) 교장은 학생들의 영농체험을 위해 마을 농민들에게 빌려줬던 논.밭.야산 등 학교 소유 땅 3600여평을 회수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을 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급식비(연간 200여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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