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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주민 반발

중앙일보

입력

"주민 의사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나. 당장 월성원전 남문 입구에 천막 치고 릴레이 농성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과 반대 단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월성1호기 계속 운전 발표 소식에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폐로를 요구하며 세 차례에 걸친 원안위 심의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왔다. 이들은 허탈해 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월성1호기 동경주대책위 김지태(48) 사무국장은 "월성1호기를 반드시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폐쇄할 때까지 주민들과 함께 강경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환경단체 등이 요구한 32가지 개선사항 중 지진 안전성 확보 등은 명확한 답이 없는 가운데 주민들은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경주는 월성원전이 들어선 양남면을 비롯해 주변 양북면과 감포읍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월성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양남면 나아리 주민 김모(69)씨는 "원전 바로 코 앞에서 수십 년을 살고 있는 주민은 죽을 것 같은 심정인데 무조건 안전하다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신영해(63) 나아리 이장은 "나아리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전과 비교하면 상가의 50% 이상이 문을 닫았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원전 주변을 혐오시설로 보기 때문에 매출이 뚝 떨어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나아리 주민은 현재 420가구에 830여 명. 후쿠시마 사고 전까지만 해도 주민이 1500여 명에 이르렀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주민 20여 명은 지난 26일 상경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환경단체 등과 함께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서울 종로구 원안위 앞에 모여 "노후 원전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즉각 중단하라"며 폐로를 촉구했다.

이상홍(41)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원안위 결정에 실망이 크다"며 "전국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이번 결정에 대해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안위원 자격 문제에 중요 심의자료가 일부 위원에 전달되지 않는 등 원안위 운영에 문제가 많은 걸 외면하고 무리하게 통과시키면서 원안위가 신뢰성을 잃은 만큼 더 큰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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