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삼성그룹(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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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문경영인을 길러내기위한 삼성그룹의 「사람관리」에는 지독한 데가 있다. 먼저 좋은 사람을뽑아 오랜기간동안 갈고 닦아 삼성규격에 맞는 철저한 삼성맨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선 삼성은 사람을 영입할 때 철저한 주변조사를 한다. 과거경력이나 무슨 배경같은 것은 큰 문제가 되지않는다. 그사람의 능력은 어떤가, 가족관계와 대인관계는, 또 사생활은 건전한가 하는 것등을 여러 경로를 통해 체크한다. 뛰어난 능력보다도 성실하고 원만한 성품을 더 높이친다.
삼성과 같은 대그룹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움직이는 것이므로 조직속에 들어와 움직일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더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든지 대인관계에 결함이 있다든지 하면 일단 결격사유가 된다.
사생활이 건전치 못하면 정신을 다른데 쓰게 되어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고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하면 조직의 팀웍에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에서다 따라서 삼성엔 독특한 개성의 독불장군리이 거의 없다.
이런 삼성의 인사방침은 신입사원채용에서도 나타난다.
세상에선 삼성이 사람을 뽑을때 관상까지 본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실제 관상사를 데려다가 신임사원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고 면접을 그만큼 중시한데서 나온 말인것 같다.
보통 삼성은 신입사원을 고를때 필기시험엔 모집인원의 3배쯤 뽑고 면접에서 많이 떨어뜨리고 3배쯤 안에 들 정도면 지능은 평균수준이 된 것이니 그다음은 품성이라는 것이다.
짧은시간동안의 면접으로 그사람의 품성을 알기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오래 사람을 대하다보면 어떤 「감」같은 것이있다한다.
삼성 이병철회장은 신인사원 면접땐 반드시 참석하여 고과를 한다. 이것은 20여년이 넘는 관례다. 이회장은 「얼굴을 척보아 건강하고 평범한 인상이 가장 좋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이회장의 기준은 삼성인생의 원칙이 되어 그대로 실천되고있다. 그래서 삼성맨들은 조직속에 파묻히는 평범을 실천하려고 무척 노력한다.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하더라도 그가 평균을 지향하는 것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일단 뽑은 사람을 하나의 삼성맨으로 다듬어내는 데도 철저한 판리를 한다.
이병철회장은 언젠가 「나는 사원을 평가할때 선천적 소질내지는 능력에 60%를 두고 교육에 40%를 둔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삼성그룹은 그만큼 사원들의 연수교육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 다.
신입사원은 물론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도 받게되는 삼성의 교육은 여러모로 독특하고 다양하다.
사장이나 중역이라 하더라도 일단 삼성에 처음 들어가면 전력 관계없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삼성에 있던 사람도 자리가 오르거나 바뀜에 따라 여러 과정의 교육을 받는다.
최근 들어선 1년에 한번씩 전임원이 용인연수원에서 합숙을 하며 교육을 받고 그결과는 회장실에 보고된다. 절대 빠질수가 없다. 연수원의 교재나 교육내용도 이회장이 직접 챙긴다. 삼성에서 연수원장은 가장 중요한 자리의 하나다.
삼성은 자연농원 안에 있는 기존 연수원이 모자라 최신 시설을 갖춘 연수원을 새로 크게 지었다. 그 비서실의 폭넓은 기능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사기획 기능이며 삼성비서실이 작성하는 리포트는 바로 그룹내 각사의 사장급들에게 전달돼 새로운 지식을 흡수시킨다. 예를들면 「88올림픽과 삼성」 「일본의 종합상사와 삼성」 등등의 리포트다.
또하나 독특한 것은 이회장 스스로가 많은 양의 리포트등을 읽으며 전문가들을 초청해이야기를 듣는다. 더러는 임원들에게 어떤 리포트를 의무적으로 읽고 의견을 제출토록하는 경우도 있다.
「일에 쫓겨서 어느 사이엔가 유연한 사고력과 객관적인 판단력을 잃기 쉬운」 그룹내 경영진들에게 강제적인 충전용을 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회장의 경영철학 지시사항등을 분야별 시기별로 소상히 엮어 펴낸 경영어록집은 대외적으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삼성그룹내에서는 이를테면 경영상의 「교과서」와 같이 쓰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모든 사원 중역들은 이상적인 삼성의 경영자상으로 「다듬어지기」위해 세찬 단련과정을 거치며 거기에 합격되는 사람만 살아 남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삼성의 우등생으로 남은 사람들은 갈고 닦아서 된 인재들이라 할 수 있는 반면 도중에 삼성의 울타리를 떠난 인재들도 그만큼 많을 수 밖에 없다.
삼성창업이후 최근까지 삼성을 거쳐간 퇴임 중역은 2백여명에 가깝다. 이들중 거의 대부분이 지금도 재계 곳곳에서 나름대로 기둥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중 일부는 「성우회」라는 삼성출신들의 친목단체롤 만들어 삼성의 「현역」들과 교분을 맺고있다.
현재 성우회 멤버인 삼성의 OB들은 약 70명으로 전체퇴임중역중 성우회에 가입않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성우회의 멤버든, 아니든 이들은 삼성을 거쳤다는 점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별」하나씩을 달고 있다고 할 수 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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