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된 근면한 독일인, 휴일 연 백54일·관광비 세계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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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직장은 마지못해 나가는 곳…즐기자 풍조
한때 독일사람들의 대표적 미덕으로 일컬어지던 「근면과 규율」 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으로 최근 서독의 여론조사기관과 사회학자들의 분석에서 밝혀지고 있다.
직업이나 노동에서 생활의 보람을 찾기보다는 될수있으면 더많이 자신과 가족만의 시간을가지려는 것이 일반적 풍조로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서독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최근보도에 따르면 서독사람들은 직업이란걸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고 마지 못해 직장에 나가는 사람이 계속 늘어가는 추세다. 불과 20년전만해도 자기의 직업에 만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0%이었으나 현재는 l6%정도밖에 안된다.
외국과 비교해봐도 서독만큼 노동의 의욕이 낮은 나라는 찾기가 힘들다. 『보수가 얼마든 상관없이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는 사람이 미국에선 50%로 나타났는데 서독에선 고작25%다. 『내 생활에서 직업이 중요하다. 많은 것을 희생해서라도 많은 일을 해내겠다』 는 사람도 영국66%, 미국68%, 이스라엘 79%인데 비해 서독은 43%로 가장 낮다.
흥미있는 것은 경제성장과 복지의 전제가 되는 「기술」 의 발전을 일반노동자들이 탐탁지않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1966년의 조사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75%였으나 현재는 30%에 그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물리적풍효를 가져오기는하지만 인간생활을 메마르게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저주」 의 대상이 된다는 의견이다.
서독사람들이 일보다는 「생할」을 더 중요시한다는 실질적 예로는 노동시간이 줄어드는대신 휴일이나 휴가일수가 계속 늘어나는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82년 서독사람이 1년간 직장에 나가 일한 날은 모두 2백10일로 l년의 42%인 l백10일을 휴일· 휴가등으로 놀았다.
휴가에 대한 서독사람들의 집념은 외국여행 열기에서도 드러난다. 82년의 경우 외국에 여행한 서독사람은 국민의 56%인 2천6백60만명으로 해외관광에 지출한 돈만해도 국가예산의 20%에 해당하는 2백1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관광비지출이 l백10억달러 정도인데 비하면 놀라운 액수다.
이처럼 앞으로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여가를 갖기 원하는 사람들도 최근 계속 늘고있는 실업자 문제에 대해선 심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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