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시위 '난동' 규정… 盧대통령 회의서 격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5.18 난동자'에 대해선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윤태영(尹太瀛)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난동자'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전날의 기념행사를 방해하면서 마찰이 생기기는 했어도 그 대상이 평소 盧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운동권 학생과 노조원들이었기 때문이다.

盧대통령이 난동자로 규정하기까지엔 관계 수석의 보고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 "행사장에 공무원 노조가 버스를 흔드는 사태가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하자 盧대통령은 격노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즉흥적.감정적인 결정 같지는 않다. 盧대통령은 단호한 대처를 통해 이익집단.사회단체의 집단행동에 제동을 걸고, 나사 풀린 사회 기강을 다잡으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공권력이 무력화돼 나라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화물연대의 수송 거부에 따른 물류대란에 이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교육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공무원노조 역시 노동3권 보장을 놓고 단체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파악한 주요 사회 갈등 현안은 24가지에 달한다.

재야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번 사건을 넘어서서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집회 및 시위가 충분히 보장돼 있으므로 집회하는 사람도 질서 유지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폴리스 라인을 힘으로 무너뜨리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로 미루어 청와대는 향후 불법적 집단행동에 대해선 '법대로'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청와대는 더이상 뒤로 밀릴 수 없는 처지다. 새 정부는 그동안 두산중공업 사태, 철도파업 노.정 협상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친(親)노조적 입장을 보여 왔다.

물류대란에서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면서 원칙없는 양보를 해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와 별도로 정치권에선 최근 盧대통령의 유화적 대미 발언, 강경한 대북 발언 등과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