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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승부" 불가피한 새해 예산안 계삭조정작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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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해예산안에 대한 계삭조정작업이 시작됐다. 새해예산안은 국회의 각상위·예결위5개분과위등을 거쳤지만 총규모10조4천억원중 1천98억원을 삭감하자는 소수의견이 붙었을뿐 규모는 변동없이 넘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무풍통과」와는 달리 계삭조정소위에서는 대폭삭감을 주장하는 야당과 정부원안을 지키려는 여당사이에 밀고당기는 「한판」은 불가피할 것 같다.

<세입흑자로 빚 갚자>
민정당은 정부가 유사이래 처응으로 동결예산을 짠만큼 세출부문에서 한푼이라도 깎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세입부문에서도 모처럼의 흑자예산인만큼 이번 기회에 나라빚을 좀 갚으려면 세입도 줄여서는 안된다는 주장.
민정당은 이같은 방침을 23일 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 재확인, 야당에서 양보의 틈새가 전혀 없음을 은근히 비치기도 했다.
반면 민한당은 세출 1천13억원·세입3천7백억원의 삭감목표를 세워놓고 정부·여당이 어느선까지 받아줄수 있을지 진의를 타진하는 중.
민한당은 초기에 삭감목표를놓고 사령탑내부의 손발이 안맞아 잠시 예산심사에 차질을 빚기도했다.
김현규정책의장은 1천3백88억원을, 임종기총무는 9백77억원 삭감을 책정하는바람에 각분과위에 지시한 삭감항목과 액수가달라 소속의원들이 한때 우왕좌왕했던 것. 예건대 경과위에서 예비비를 1백억원삭감하라는 쪽지가 날아와 60억원삭감을 소수의견으로 붙였는데 뒤늦게 4백12억원을 삭감하라는 쪽지가 다시 날아오는바람에 집안끼리 옥신각신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야, 반타작만이라도…>
세입부문에서도 소득세법개정을 통해 2천2백억원을 삭감한다는것이 당초 계획이었으나 민한당세법소위가 나중에 계산해본 결과 민한당이 낸 개정안으로는 1천6백40억원밖에는 삭감할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 당황.
물론 민한당도 이런 목표가 달성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세출예산삭감은 「반타작」(5백억원), 세입은 2천억원 수준만 삭감할수 있다면 대성공이라는 속셈이다.
국민당은 당초 세입 흑자분5천5백억원의 삭감만을 내세웠다가 민한당이 세출까지 손대려는 것을 보고 뒤늦게 9백3억원의 세출삭감목표를 설정.
민정당은 이런 야당들의 요구를 어느정도 들어주고 지난해처럼 만장일치통과를 시키느냐, 아니면 정부원안통과를 관철하느냐를 놓고 고민중이다.
그러나 민한당은 지난해의 만장일치 통과를 여당이 홍보자료로 삼았던 점에 비추어 이번에는 가급적 만장일치 통과는 해주지않는다는 작전이다.

<소삭의견, 생색거리로>
상임위와 예결위 5개분과위의 심의과정을 보면 야당은 삭감의 논리가 빈약했고, 여당은 일부 민감한 부문의 예산에는 손도 못대게하는 경직성을 보였다는것이 일반적인 평.
야당은 상위에서 지난해의 불용액과 내년도증가분을 단순계산해 그액수만큼 삭감해야한다는 주장을편 것이 고작이었다.
상공위의 경우 중소기업공제사업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출자금등 중소기업 분야를 야당이 손대려하자 여당의원들이 『야당이 늘 중소기업육성을 외치면서 예산을깎으면 어떡하느냐』고 견제해 결국 삭감않기로 결정.
반면 문공위에서는 야당의 소수의견첨부조차 들어주지 않으려고 여당이 표결을 강행한 진풍경도 연출.
내무위에서도 새마을중앙본부출연금 10억원 삭감을 놓고 민정당쪽이 소수의견조차 달아주려하지 않다가 막바지에서야 타결되기도 했다.
문교부 소관의 새마을유아원 인건비는 문공위에 이어 예결위3분과위에서 다시 말썽이 되어 일정을 하루 늦춰가면서까지 끌다가 결국 소수의견으로 첨부키로해 문공위의 결정을 역전시켰다.
여당으로서는 민감한 부문은 될수 있는한 쟁점화하지 않기위해 원천봉쇄라는 무리수를 썼으나 결국 문제를 오히려 더 표출시키는 꼴이 되고만 셈.
국방예산의 경우 정부나 여당의 소수의견이라도 삭감이라는 표현을 쓰는것에 난색을 표명해 결국 「83년도 예산수준 유지」라는 표현으로 증가분 3백18억원을 삭감하자는 소수의견을 붙이기로 결정.
법적 구속력이 전혀없는 소수의견첨부가 말썽이되고 생색거리처럼 된것도 드문일이라는 중평이다.

<상위서 증액된건 1건>
과거처럼 소관부처의 예산을 증액한 상위가 일부 있었지만 예결위에 넘어가 대부분 도로 깎였다.
건설위는 의원들의 지역구사업과 관련이 많은 일반도로건설비를 여야합의로 1백40억원 증액시켰다가 예결위분과위에서 다시 삭감됐다.
당초 증액은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는 당방침에도 불구, 증액을 시켰다고하여 민정당소속 건설위원들이 이종찬총무에게 주의를 받았다는 후문도 있다.
이밖에 내무위에서 중앙선관위 소관중 정당보조금 5억원을 10억원으로, 농수산위에서 뽕밭조성 보조금·농수산물 검사차량 구입비등 약10억원을 증액하려는 소수의견이 붙여졌지만 예결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초 계상이 안됐던 국회도서관 건립비 16억3천만원이 증액된 거의 유일한 케이스로 운영위와 예결위-분과위는 사실상 증액키로 하고서도 형식적으로는 미정으로 표시.
또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월 15일분의 휘발유를 월 30일분을 지급토록 증액했으나 증액된만큼 다른 항목을 깎기로해 순증은 없었다.

<예산더따기 로비 적어>
올해 예산심의과정에는 과거보다 예산을 따기위한 로비활동이 적었던 편.
3분과위에서 중소기업중앙회관건립기금 삭감을 들고 나온 서청원의원(민한)에게는 중소기업중앙회측이 서의원의 대학은사를 통해 부탁을 해왔고 4분과위에서 여성개발원신축예산삭감주장이 나왔을때는 예결위의 유일한 여성의원인 김모임(민정)의원이 『여성들 사기를 좀 올려달라』고 애원(?)해 그냥 넘어갔다.
4분과위에서는 노동부의 산업기술대학출연금일부를 여야간에 합의 삭제하려다 순삭감은 안된다는 민정당입장때문에 소삭의견으로 밀리기도했다.
노동부가 아직 대학건설입지도 잡아 놓지않은 마당에 책상·도서구입비까지 계상해 놓은 것을 안건일의원(민한)이 찾아내 10억원을 삭감키로 여야가 합의했으나 여당지휘부에서 뒤늦게 브레이크를 걸어 산업기술대학의 전예산을 삭감한다는 소수의견만 첨부됐다.
분요위에서는 대부분 의원들이 자기가 속한 상위소관예산에 대해서는 『우리소관을 우리가 안봐주면 누가 봐주겠느냐』는 의리(?)를 내세워 주로 다른 상위소관을 걸고넘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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