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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포프시대는 끝나는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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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공산당서기장 「유리·안드로포프」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1백일. 크렘린 바깥세상에선 그의 병세에 관한 온갖 추측과 함께 벌써부터 후계자 점치기가 한창이다. 서독의 슈피겔지는 최근호에서 후계자물망에 오르는 세사람의 젊은 지도자들을 소개했다.<편집자>
모스크바에선 지난주부터 다시 「유리·안드로포프」서 기장의 승용차행렬이 매일같이 크렘린을 오가고 있다. 그러나 유리창마다 커튼이 내려진 자동차안에 실제로 「안드로포프」가 앉아있는지 모스크바시민들중 알아맞힐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크렘린의 지도자들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수록 자리를 잃을 위험성이 크다(「안드로포프」는 이미 석달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후계를 노릴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이런 기회를 이용해 집권자를 몰아낼 궁리를 해가며 트집거리를 만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안드로포프」가 사망하거나 실각할 경우 소련집권층은 「브레즈네프」와 「안드로포프」같이 병약하고 노쇄한 인물을 지도자로 갖고있다가 별로 좋지않은 경험을 했던 전례에 비추어 새지도자로는 보다 젊은사람을 택할 가능성이 짙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현재 평균연령 68세의 11명 정치국원중 제1부수상 「게이달·알리에프」(60), 중공업담당 중앙위서기 「그리고리·로마노프」(60), 그리고 농업담당서기 「미하일·고르바초프」(52) 세사람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세사람중 누구를 택하는가 하는 결정은 현재크렘린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개의 세력집단, 즉 KGB와 당관료기구, 그리고 군부사이의 협상에 달려있다.
「안드로포프」후계자 물망에 오르고있는 세사람은 제각기 이 세력집단중 하나와 관계를 맺고 있다.
「알리예프」는 물론 KGB를 등에 업은 인물이다. 그는 19세때부터 KGB에서 일해왔다. 「로마노프」는 군산복합체의 대표자적 성격이 짙다. 한편 「고르바초프」는 당관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알리예프」의 경우 인종적으로 러시아인 아닌 「칭기즈칸」의 후예라는게 약점이다. 이런 약점때문에 현재 78세나된 「티호노프」의 뒤를 이어 수상이 될지는 모르지만 당서기장 선출 과정에선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비해 「로마노프」는 전형적인 러시아인이다.
그는 KAL기 격추사건을 두고 『미국반동분자들의 파렴치한 범죄』라고 말해 군부의 호감을 사기는 했지만 약점이 없는게 아니다. 그가 지난6월까지 이끌어온 레닌그라드당은 막강하고 중요한 지역당부이긴하지만 모스크바쪽 입장으로는 레닌그라드출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달갑지않은 일임에 틀림 없다.
볼셰비키혁명의 요람인 레닌그라드출신 정객들은 그동안 9차례나 정상에 오르려다 번번이 추락했었다.
이런 몇가지 까다로운 조건에 걸리지않은 인물이 「고르바초프」다.
그는 지난4월 「레닌」탄생 1백13주년때 기념연설을 했다. 지난해 「안드로포프」도 KGB의장당시 「레닌」생일기념연설을 한 뒤「브레즈네프」의 강력한 후계자로 부상했었다.
「고르바초프」는 또 「브레즈네프」생존시 이미 「안드로포프」편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82년1월 KGB부의장이었던 「세미욘·츠비군」의 거세공작에 한몫 거들었던 것이다.
「츠비군」은 「브레즈네프」의 딸인 「갈리나」의 부패사건과 관련돼 이를 수습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끊었었다.
「브레즈네프」는 「츠비군」과 인척관계에 있었지만 추모자 명단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추모자명단에 서명했던 사람은 「츠비군」의 상관이었던 「안드로포프」와 그 라이벌인 「체르넨코」및 국방상「우스티노프」외에 「고르바초프」도 한몫 끼었다.
농업담당서기였던 그로서는 「츠비군」관계는 소관사항이 아니었다.
「고르바초프」서명의 의미는 곧바로 드러났다. 지방에서 당대회가 있을때마다 「고르바초프」가 항상 모스크바의 당지도부를 대표해 참석했던 것이다.
물론 그에게 불리한 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다른 크렘린지도자들 보다 20세나 나이가 적기때문에 한번쯤정상에 오르고 싶어하는 그들의 반발을 살수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포프」의 후계자를 앞으로 선출하게 될 경우 「브레즈네프」가 사망했을때처럼 그렇게 쉽사리 해결될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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