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정세에 미묘한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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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테러범에 대한 버마정부의 재판진행은 북한의 테러집단으로서의 성격을 명확하게 부각시켜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제재하려는 우리의 외교노력 또한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버마정부의 대북한단교조치이후 각국실정에따라 △북한과의 외교관계단절 또는 격하△대북한교역및 경제교류의 중단 또는 제한△친북한단체의 활동규제및 인적교류제한△각종 국제기구및 회의에서의 북한규탄등을 유도, 확산키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나라는 맹방인 미국뿐인게 현실이다. 「레이건」미대통령은 11월중순 방일및 방한을 통해△한미안보관계는 직결된다는 초강도의 대한지원을 다짐했고△일본에 대해 대북제재조치가 미흡하므로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하도록 요청했다.
미국은 또 한반도의 긴장완화를위해 지난9월말 제3국에서 미국외교관들이 북한외교관들과 사교모임등에서 만날 경우 제한적 접촉을하도록 했던 지침을 11월초 취소했다. 그럼에도 일본등 믿을만한 우리들의 맹방들 조차 미지근한 대북한제재조처에 그치고있는 점은 그만큼 국제사회가 냉혹하다는 현실상황도 있지만 우리의 외교노력 또한 미진한 면이 있다는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은 물론 대북한제재조치를 했고 그로 인해 북한의 보복조치도 받았다. 일본은△북한관리의 일본입국금지△제3국을 통한 북한외교관과의 접촉격하△북한민간인의 일본여행규제강화△북한항공기의 일본착륙금지등의 조처를 취했는데 이는 실제로 하나마나한 제재조처에 불과하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이번 버마참사에 사용된 배터리가 일본제인 점이라든가, 종래 침투한 간첩장비의 상당수가 일제였다는 점등을 고려한다면 일본은 최소한 대북한전략물자수출의 금지조처만이라도 내렸어야했다.
그러나 일본은 실리를 해치는 어뗘한 조처도 취하지않아 미국조차 강력한 불만을 토로한 상항이다. 정부의 대일외교의 한계상황을 반영하는것이 아니라면 내주초 있을 이원경외무장관과 「아베」(안배진태랑)일본외상간의 동경접촉에서 이같은 문제가 진지하게 협의돼 성과를 남는 방향이 돼야할 것이다.
외교전문가들은 특히 국제데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서구국가들의 반응이 미온적적인데 대해 실망을 금치못하고 있다.
국제관행상 비인도적 행위를 하는 나라에 대한 규탄이 어느 나라보다 강도깊었던 프랑스가 침묵하고 있는데 대해 프랑스 유력지 르 몽드조차 개탄한바 있거니와 우리의 대서구외교는 이번 사태에서는 무력했다는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게다가 대통령 순방예정국이었던 인도도 미온적 반응에 그쳤다.
KAL기사건때도 인도의 태도는 냉정했다.
다만 일부 중립국가와 자유진영국가들이 우리의 입장장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과 수교를 않겠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온 우리 단독수교국은 필리핀·뉴질랜드·피지·파나마·캐나다·브라질등 남미일부국가, 사우디아라비아등 중동일부국가등이며 호주와 스리랑카등은 북한의 공판재개설을 불허할 방침을 천명했다.
또 북한과 수교국이면서 모종의 제재조치를 고려중인 나라는 태국·말레이지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라이베리아·맬다이브·이집트·파키스탄·자이레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지난18일 주싱가포르 북한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구두로 북한의 만행을 강력하게 규탄했으며 테러범들을 실어나른것으로 알려진 북한 동건호의 싱가포르입항을 거부한바 있다.
이가운데 최근 수교한 파키스탄과 미수교국인 이집트등이 우리입장에 동조를 묘한것은 주목할만하다는게 외교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각국별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재조처가 나올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다른 주목할 사태발전은 우리의 노력과는 전혀 별개로 진행되고있는 북한·중공·소련등 북방3각관계의 미묘한 변화다. 북한의 친중공노선과 중공의 일방적인 북한지지태도가 이번 사태로 깨어지고있는 조짐인 반면 소련과 북한의관계가 깊어지고 있다는점이다.
이러한 북방 3자관계의 미묘한 변화양상이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 작용할지는 더 두고 봐야겠으나 한반도정세가 변화의 진폭을 가속화할것은 틀림 없다.
아무튼 정부는 버마참사에 대한 북한의 국제적 책임추궁을 한층 밀도있게 효과적으로 몰고가야 할것이다.[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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