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두 학년 넘는 선행학습 돈 낭비 … 컨설팅도 고3 때는 무용지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교육 다이어트는 과연 가능할까. 정작 입시를 치러 본 학생들은 그럴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지적한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국지섭(20)씨는 “외고 다닐 때 그룹으로 유명 강사의 내신 강의를 들었는데 여기에 의지하다 보니 성적이 오히려 떨어졌다”며 “수능 사회·과학탐구를 단기 처방으로 알려준다는 특강도 불필요했다”고 말했다. 학원이 도움 안 됐다는 점엔 성균관대 신소재공학과 2학년 박준모(21)씨도 마찬가지. 그는 “국어는 학원 안 다닌 애들이 능동적으로 사고하며 어려운 문제를 더 잘 풀더라”고 말했다.

 사교육 다이어트는 대입 단계에서만 해당되지 않는다. 조연정(47·여·경기도 용인시)씨는 “둘째가 초등학교 때 미술·피아노를 당연히 해야 하는 줄 알고 가르쳤는데 형식적으로 다니더라. 큰애는 사춘기 때 본인이 원해 피아노를 배웠는데 그게 더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윤모(45·경기도 고양시)씨는 “사립초에 보내며 대회에 악기, 공부까지 돈을 많이 썼는데 남들 한다고 다 따라할 필요는 없다. 그 무렵엔 독서가 가장 중요하고 차라리 가족 여행에 돈을 쓰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사교육을 시키지만 엄마가 우겨 보내면 소용없다는 경험담이 많다. 자녀가 올해 의대에 입학하는 김모(47·여·서울 양천구)씨는 “중학교 때 싫다는 아이를 매일 올림피아드 준비 학원에 보냈더니 별로였다”고 했다. 대학 입학 예정인 박원희(19)씨는 “중학교 때 고교 수학을 선행학습했는데 막상 고교에 가니 기억이 안 났다. 1년 정도 앞서는 건 몰라도 두 학년 이상 선행은 돈 낭비 같다”고 말했다.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사교육을 골라 시키는 것도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꼽혔다. 박모(48·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영어 문법을 어려워하면 그 시기에 잡아주는 게 장기적으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길이다. 고3 때 뒤늦게 많은 돈을 들여봐야 소용없고, 컨설팅도 고1 때 방향을 잡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고3 초기에 처음 접하는 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이섬숙(55·여) 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서울대표는 “수능 영어가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바뀌고 점점 쉬워질 텐데 아직도 영어 사교육에 많은 돈을 쓰는 엄마들이 있다”며 “ 학원이나 과외 대신 학습지나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는 등 사교육도 전략적으로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환·신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