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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해외교육 리포트]〈31〉캐나다 퀘벡시 에꼴 아흐브히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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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엄마(아빠)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엄마(아빠)들이 직접 그 나라 교육 시스템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 드립니다.

● 학교 기본 정보
● 학교명 : ECOLE L’ARBRISSEAU
● 특징 : 교육청 산하 공립 초등학교
● 설립 : 1982년
● 커리큘럼 : 퀘벡주 교육청 커리큘럼
● 정원 : 학년 평균 60명, 총원 297명
● 규모 : 56에이커(약 22만6623㎡, 약 6만8553평)
● 학급당 인원 : 최대 25명
● 재학 연령 : 만 6~11세
● 입학 우선 순위 : 지역 거주민
● 홈페이지 : www.csdecou.qc.ca/arbrisseau
● 문의 : 418-652-2178

엄마 최송이(왼쪽부터)씨와 딸 메이, 아들 조엘.

캐나다 퀘벡주는 영어와 불어 두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 속 작은 프랑스로도 불린다. 2004년 프랑스 출신의 캐나다인 남편을 따라 퀘벡주 퀘벡시 캡후즈(cap rouge)로 왔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라튤립 최조엘(11)과 2학년인 딸 라튤립 최메이(7) 남매를 뒀다. 남매 모두 집에서 800m 이내에 위치한 공립 초등학교인 에꼴 아흐브히소(ECOLE L’ARBRISSEAU)에 재학 중이다.

나는 동네 유일한 동양인으로 차이는 느껴도 차별을 느끼지는 못하고 산다. 퀘벡 인구 50만 명 중에 95%정도가 프랑스 출신 캐나다인이라 아시아인인 우리 가족은 무척 눈에 띈다. 아이들 학교에 가면 내가 모르는 아이들도 내가 누구 엄마인지 알고는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차이로 인해 두드러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차별과 차이는 분명 다르다.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차별은 조엘이 유치원에 다닐 때 있었다. 친구들이 조엘의 눈을 옆으로 잡아당기며 중국인이라고 놀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엘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속상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했다. 친구들도 그런 조엘의 모습에 이후로는 놀리지 않았다고 한다.

캐나다는 각 주별로 공식 언어부터 의료, 교육, 사회복지, 자연자원 관리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의무교육 기간이나 교육제도가 다르다. 퀘벡주는 만 5세에 유치원이 시작되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고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지가 의무교육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마치지 않고 취업을 하거나, 다른 교육과정을 시작하는 학생의 비중이 지역별로 10~30%정도 된다. 한국처럼 중학교 과정이 따로 있지 않아 고등학교 과정이 5년이다.

초등 1학년은 만 6세부터 시작되며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된다. 유치원 1년과 초등학교 1학년~6학년까지를 전체 초등 과정으로 보고 7년을 한 초등학교에서 공부한다. 우리 아이들도 모두 에꼴 아흐브히소 유치원부터 다녔다.

초6부터 2개 언어로 수업

퀘벡은 위도 47도에 위치해 있어 1년 중 반이 겨울이다.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눈이 내리는데 평균 적설량은 3.3m나 되고 아침저녁으로는 영하 31도까지 떨어진다. 낮 온도는 영하 20도 전후다. 2학년인 딸에게 학교에서 오늘 뭐했냐고 물었더니 레크레이션(운동장 자유활동) 시간이 있어서 밖에 나가 놀았다고 한다. 퀘벡은 영하 25도까지는 바람이 세지 않거나 눈보라가 치지 않는 한 옥외 활동을 하게 되어있다. 그래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다.

에꼴 아흐브히소는 정규 수업 외에 다양한 예체능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취미와 적성을 찾을 수 있게 한다. 학교에서 얼음성 쌓기를 하고 있는 메이(왼쪽)와 조엘.

숙제는 많지 않고 방학숙제는 전혀 없기 때문에 여름방학처럼 두 달 반이나 되는 기간에는 아이들이 정말 내내 논다. 당연히 9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잊어버린 전 학년 공부를 기억해 내느라 바쁘다. 숙제는 일주일 단위로 가정통신문을 통해 오는데 월요일에 보내주는 교사도 있고 금요일에 보내주는 교사도 있다. 학교에서는 저학년이 하루 30분씩 4~5일 동안 할 숙제를 내준다고 하는데 딸아이를 보면 1시간이면 일주일치를 끝낸다. 한국식 숙제 분량으로 가늠하면 안 된다. 5학년부터는 가정통신문은 주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수첩에 적어오도록 한다.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조엘은 6학년이 되면서 영어 특화 교육(오전은 영어로만 수업, 오후는 불어로만 수업)을 받으면서 숙제하는 시간이 하루 1시간 정도로 늘었다. 그래도 한국 아이들과 비교하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은 집에선 게임을 하려고 숙제는 학교 데이케어 시간에 하고 온다. 데이케어는 아침 수업 전, 점심시간, 수업 종료 후 오후 6시까지 학교에 고용된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시스템이다. 1일 7.3달러(한화 약 6400원)를 지불하면 된다. 아이들이 눈 앞에서 공부나 숙제를 하는 걸 도통 볼 수 없어서 한국 아이들에 비해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독서량이나 언어(영어·불어·한국어), 수학·과학 모두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하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담임 교사가 메이의 숙제를 봐주고 있다.

퀘벡은 담임 교사, 레크레이션 담당 교사, 데이케어 보육교사, 방과후교실 강사 등 시간별로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나뉘어 있다. 각 활동의 책임자가 그때그때 책임을 지기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있거나 스케줄 조정 등이 필요하면 각 책임자와 따로 상담을 해야 한다. 담임 교사와의 면담은 보통 교육청에 e메일을 보내거나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겨 요청할 수 있다.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눈사람. 재학생의 인종이 다양해서 눈사람의 눈동자 색깔도 파랑·초록 등 다양하다.

워킹맘 위해 방학 때도 ‘데이케어’ 운영

퀘벡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제도가 잘돼 있다. 부모 보험제도가 있어서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그러면 아이를 출산할 경우 남편은 5주, 아내는 1년 동안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분만휴가라고 하는데 만약 남편이 5주 이상의 휴가를 원하면 아내 대신 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다. 분만휴가는 여성의 경우 2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공립 유치원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연중 문을 연다. 생후 18개월 이후부터 다닐 수 있다. 18개월 이하 유아들은 국가가 관리하는 유치원 소속 가정이나 유아 전문 시설에서 돌본다. 사립유치원 수도 많은 편이다. 사립은 한 달 160달러(한화 약 14만6000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데이케어가 운영된다. 여름방학이 거의 두 달 반이나 되는데 시에서 여름 내내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돌봐주는 여름캠프를 연다. 두 달 참가비는 80~100달러(한화 7만~8만700원) 사이로 저렴해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가 부담 없이 보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서커스, 과학, 영어, 승마, 풋볼, 하키, 테니스, 골프, 발레 등으로 특화된 캠프를 일주일 단위로 골라서 보내는데 가격은 150~400달러(한화 약 13~35만1000원)다.

학교 교통안전 요원인 마담 니콜(가운데)과 함께.

봄방학은 3월 첫째 주 일주일이다. 이 때는 학교에서 데이케어를 운영하거나 동네마다 캠프가 열리기 때문에 거기에 애들을 맡기거나 부모도 짧게 휴가를 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퀘벡주는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학생들의 경우 오전 간식, 점심, 오후 간식을 챙겨줘야 하는데 학교별로 권장하는 음식이 있다. 에꼴 아흐브히소는 야채, 과일, 치즈를 권장한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거나 집에 가서 먹는 경우도 많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되고 통학버스를 점심 때도 운영하기 때문이다. 점심용 1년 통학버스 비용은 200달러(한화 약 17만5000원)정도다. 학교 재량으로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는데 한 끼에 6달러(한화 약 5300원) 정도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식당을 이용할 경우 메뉴가 보통 12~15달러(한화 약 1만~1만5000원. 팁 15%, 세금 15% 미포함)임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아이들 양육비를 부모의 소득에 따라 지원하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든 집에 와서 먹든 급식업체를 이용하든 결국 경제적 부담은 차이가 없다. 부모의 사정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조엘이 시에서 주관하는 체육활동인 풋볼을 배우고 있다.

힙합·가라데 등 다양한 예체능 활동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사교육이라고 하면 교육청에 소속된 정신과상담사, 언어치료사, 장애아를 위한 특수교사가 학생의 필요에 따라 배치되는 것 정도를 생각한다. 만일 아이가 장애로 통학이 불가능하다고 판명되면 정부에서 택시를 고용해서 보내준다. 모두 무료다.

 한국에서 말하는 사교육은 고등학교부터 시작된다. 불어·수학 등 특정 과목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부모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소개받거나 학교에서 소개받은 선생님을 통해 공부한다. 고등학교 시험을 앞두고는 일부 부모들이 기출 문제집도 사고 여름방학 동안 공부도 시킨다고 하는데 이 또한 부모가 시켜서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분위기다.

 나 역시 한국 엄마다보니 조바심이 없을 수는 없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숙제를 했는지, 학교에서 배우는 것 중에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그 외엔 언급하지 않았다. 숙제를 두 번 이상 제출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경고장을 보낸다. 딸은 2학년 1학기 때까지는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직접 봐줬는데 지금은 오빠가 봐주도록 하고 있다. 오빠가 도와줄 수 없거나 엄마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만 도움을 준다.

수업 시간표는 한국처럼 일주일 단위로 명확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10일 간격으로 일정이 바뀐다. 예체능 수업이 많지는 않지만 2주 수업 중 한두 시간은 반드시 포함된다. 이곳도 영어를 가르치려는 부모들이 늘다보니 학년별로 예체능 시간을 줄여서 영어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학교 방과후활동으로 농구를 하는 학생들.

하지만, 수업시간 사이에 레크레이션 시간(하루 평균 2회 각 30분 가량)이 반드시 있기 때문에 밖에서 눈썰매도 타고 미니하키나 축구·피구 등 신체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한다. 데이케어 시간에도 밖에 자주 나가고 방과 후에는 추가비용인 100달러(한화 약 8만8000원)가량을 내고 농구나 축구, 힙합, 가라데, 치어리딩, 요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또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는 시에서 하는 예체능 교실이나 동네마다 각 협회에서 주최하는 축구, 기계체조, 댄스, 하키, 풋볼 등의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는데 아이들마다 대부분 한 개 이상 참여한다. 퀘벡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수영 못하는 아이는 없다고 보면 될 정도로 반드시 필요한 운동이나 악기 등은 다루는 편이다.

 
고교 문과·이과 따로 없어

현재 6학년인 조엘은 9월 학기부터 고등학생이 된다. 퀘벡의 고입 일정은 초등 5, 6학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방문 및 설명회 일정을 지역 신문이나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안내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대개 11, 12월경에 열린다. 관심 있는 학교를 선정한 후 정해진 방문 일자에 찾아가 시설도 살펴보고 교육 프로그램과 방과후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선생님이나 재학생과 만나는 시간도 있다. 퀘벡 아이들은 대부분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는데 자기 지역이 아닌 고등학교로 진학을 원하는 경우 그 학교 정원에 여유가 있을 경우에만 입학을 허가한다. 비용은 통학버스 요금이 더 추가되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자유시간에 친구와 책을 읽는 조엘(오른쪽).

공립 고등학교의 경우 우리처럼 문·이과로 나뉘지 않고 프로그램별로 나뉜다. 과거에는 공립 고등학교의 정규 프로그램이 사립 고등학교에 비해 수준이 낮아 경제력이 있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사립으로 보내면서 공립 학교의 슬럼화에 대한 비판이 일었던 적이 있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퀘벡은 공립 고등학교의 프로그램을 다양화 양질화해 요즘은 명문 공립의 경우 사립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

조엘이 입학할 예정인 로슈벨(Rochebelle) 공립 고등학교는 정규 프로그램 외에 외국어 강화 프로그램과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을 추가로 운영한다. 정규 프로그램은 학구열이 높은 학부모들은 그다지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외국어 강화 프로그램은 정규 프로그램 이외에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추가된다. 조엘이 합격한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은 조금 더 심화된 학습과 집중적인 수업이 이뤄진다. 지역 봉사활동, 해외 또는 영어권 캐나다 방문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이 개설돼 있고 일부 사립학교보다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어 퀘벡 내에서도 명문으로 꼽힌다.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의 경우 입학시험을 봐야하는데 올해는 190명 정원에 45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시에서 주관하는 크로스컨트리 교실에 참가한 남매.

퀘벡 사람들은 체육 특화 프로그램도 중시한다. 모든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체육 특화 교육을 필수적으로 운영한다. 기본적인 체육 수업 외에 축구·농구·배구·하키 등 특화 체육 활동이 방과 후에 열린다. 연간 60~100달러(한화 5만2000~8만8000원) 정도의 수업료에 운동복이나 도구는 빌리고 파손한 경우에만 배상을 하면 된다. 학교 대항 경기에 참가할 경우 300달러(한화 약 26만3000원) 정도를 추가로 지불한다.

퀘벡주는 인구 800만 명이 한국의 6배 정도 되는 크기의 땅덩이에서 살고 있다. 서울 등 복잡한 대도시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적적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가족 중심 사회라 저녁에는 한국처럼 늦도록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즐기는 일은 매우 드물다. 추운 날씨 또한 적응이 쉽지 않다. 캐나다는 몬트리올만 인구의 40%가 영어를 사용하고, 그외 지역은 거의 불어 위주로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관공서와 의료는 영어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일반 생활은 불어가 되지 않으면 매우 힘들기 때문에 ‘캐나다=영어권’이라는 생각만으로 이민한다면 퀘벡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정리=김소엽 기자 lum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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