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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음악계 '반항아'들 주목할만한 새 음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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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계에서 일명 '무정부주의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음반이 최근 잇따라 소개돼 눈길을 모은다.

하드코어 장르의 음악과 각종 돌출행위로 논란을 일으켜 '쇼크 록'의 대명사로 불리는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를 흥겨운 선율에 담아 노래해온 8인조 그룹 첨바왐바(Chumbawamba)가 그들이다. 맨슨과 첨바왐바는 그들만의 철학으로 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닮은 것을 제외하고 '극과 극'일 정도로 판이하다.

맨슨은 이른바 '문제아' 유형. 미국 기독교 집안에서 잘 자라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지만 음악을 하면서 그로테스크한 외모에 자해소동, 종교 모독 등의 충격요법으로 사회에 저항한다. 반면 첨바왐바는 세련된 '운동권 노래패'같다. 영국 출신의 혼성 그룹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집요하게 풍자.비판하는 노래를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신나게 부른다.

*** 마릴린 맨슨 '골든 에이지 …'

맨슨의 5집 앨범 '골든 에이지 오브 그로테스크'는 나오기 전부터 골수팬들을 들뜨게 했다. 이번 앨범에는 보너스 DVD가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심한 노출 등이 문제가 돼 심의위원회의 '심의 보류' 판정을 받아 무산됐다. 그 스스로 "좀 더 듣기 편하게 만든 앨범"이라고 말한 점이 특징. 맨슨 특유의 폭발적인 사운드를 담았으면서도 이전보다 대중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입으로 떠들지 말고 주먹을 써(Use Your Fist and Not Your Mouth)','장례식.예술의 죽음(Obsequy.The Death of Art)' 등 제목에도 반항기가 넘친다. 음악적으로는 영화 '매트릭스 2'에 수록된 '디스 이즈 더 뉴 *(This Is The New S**t)'은 통쾌한 사운드에 정교하면서도 매끈한 리듬이 귀를 사로잡는다. 첫 싱글로 소개된 '몹신(Mobscene)'은 쾌활한 여성 코러스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중적인 곡이다. 기계적이면서도 기괴한 느낌의 각종 사운드가 다채롭게 가미돼 있어 듣는 재미가 남다르다.

*** 첨바왐바 '레디메이즈'

팝과 록, 클래식, 펑크, 댄스, 샘플링 기법, 포크,재즈, 라운지 등 다양한 장르를 능청스럽게 넘나드는 이들의 음악은 이번 앨범(Readymades)에서도 여전하다. 흥겨운 리듬과 친근한 멜로디가 요즘 유행하는 일렉트로니카(신시사이저를 다양하게 이용한 음악)의 옷을 입어 현대적 느낌을 준다.

'제이콥의 사다리(Jacob's Ladder)'는 2000년 러시아 핵 잠수함 크루스크호 침몰 사건을 다룬 곡. 심각한 얘기를 농담처럼 소화해내는 이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얼핏 들으면 댄스 음악처럼 들리는 '올 인 베인(All In Vain)'과 '돈 패스 고 (Don't Pass Go)'는 인종차별을 소재로 했다. 가사를 몰라도 선율에 쉽게 빠져들 수 있게 한 음악적 완성도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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