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에 바탕둔 작품 쓰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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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까지의 6·25소설은「이데올로기」 의 문제를 다루거나 6·25때 빚어진 사건으로 인해 지금까지 남아 있는 한 혹은 화해를 주로 다루어 왔다.
여기에서 간파된 것이 있다면 일제와 해방후의 혼란을 거치면서 전통과 단절되어 흔들리던 우리의 윤리의식이 6·25란 미증유의 사태를 거치면서 완전히 붕괴되었고 6·25이후 성장한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윤리관이 형성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도대체 어떠한 윤리관이냐하는 문제에 대한 천착이다.
김용성씨는 이번 소설에서 지금의 40대, 50대가 가지고 있는 윤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하는 문제를 다루어보려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야겠다는것이 6· 25이후 우리사회 전반의 지상명제였읍니다. 부도덕·비윤리가 생겨났습니다. 그만큼 완전히 뿌리뽑힌 혼돈상태였지요. 그때 부도덕과 비윤리가 정당하고 당위인것처럼 느껴지게 된것이 그후 우리사회의 고질이 되었습니다. 6·25의 비극은 그러한데서도 찾아져야합니다』
『도둑일기』 는 4·19직전에서 끝난다.
주인공들도 이제 겨우 청년이되었다.
『이 소설에서 나약한 고발자인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과 정의롭게 살아가려는 신부지망생도 등장시켜 보았읍니다. 그들도 우리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독자들은 그들의 모습에서 60, 70년대의 우리사회를 볼수있을것같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더 쓰여져야할것 같기도하다.
『리빠똥장군』 『홰나무소리』 『밀통』 『내일 또 내백』 『떠도는 우상』 등의 작품을 쓴 김씨는 「체험에 접근하는 소설」 을 쓰고 싶어한다.
『허구의 세계를 구축해보기도했지만 요즈음에 이르러 작가가 소설을 쓰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자기자신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소설도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가난하지 살아온 그의 체험이 많이 바탕이되어있다.
건강하고 투박한 모습의 김씨는 작품쓰는데만 전심해 많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
김원일씨등 동료들과 두주를 불사하여 밤깊도록 문학을 이야기하는것도 그의즐거움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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