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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창업가 정신, 학교에서 가르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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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는 세계 경제사에서 유래가 드문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소통하고 배려하는 공존의 윤리인 시민성은 형성되지 못했다. 오히려 남을 밟고 일어서려는 출세 지향주의가 만연한다. 왜 그럴까?

 1980년 대 이후 세계경제는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사조가 득세했다.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무한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목 기마민족의 후예답게(?) 우리 사회를 점령한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자신이 좀 느긋하게 주변을 돌아 볼 겨를이 없게 만들었다. 자위하자면 남을 배려하고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시민성이 형성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시민성이 당위성과 슬로건만으로 쉽게 형성될 수 있을까? 탁상공론에 그칠 수 있다. 시대상황과 국민의 의식수준에 맞는 시민의식을 목표로 하는 실현 가능한 방법론이 요구된다.

 그렇다.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과 창의사회, 그리고 성장의 욕구가 분출하는 우리 사회의 시민성 제고의 목표는 ‘창업가 시민’(Entrepreneurial Citizen)이 될 수 있다. 이는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으로 충만한 시민을 일컫는다.

 왜 창업가 시민이 중요한가. 창업가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기 때문이다. 창업가(entrepreneur)란 말은 16세기 유럽에서 유래했다. 당시 프랑스와 영국에서 ‘군대 원정을 이끄는 책임자’ ‘연회 개최자’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 그 후 경제행위 주체로서 창업가란 말이 널리 쓰이다가, 2000년 대 들어서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창업가(Social Entrepreneur)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창업가는 상업적 의미뿐 아니라 비상업적 의미로도 지칭되는 말이다. 이는 창의적·적극적으로 행동하며, 혁신하면서 경제발전과 조직발전을 꿰하고, 사회적 약자와 지구 환경도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이다.

 오늘날 미국이 경제적으로도 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이 발달되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창업가 시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창업가정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창업가정신 교육을 국가 교육정책의 중심의제로 설정해야 한다. 그 대상을 대학뿐 아니라 청소년 창업가정신 교육으로 확대해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 창업가정신 교육목표는 청소년의 창업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다.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함양하고, 다양성과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성숙한 시민층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발달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한순간에 세상을 바꿀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대에 맞는 시민의식 교육을 실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사익과 공익의 조화, 가치관의 유연성을 높이는 창업가 시민 교육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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