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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조합장 선거, 정치인 뽑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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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다음달 11일 전국에 있는 1326개의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뽑게 된다.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들이 4년간의 조합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자를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하게 된다. 조합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협동조합과 조합장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 농무부(USDA)는 협동조합을 “이용자가 소유하고 통제하며, 이용규모를 기준으로 이익을 배분하는 사업체(Business)”라고 정의한다. 조합장은 사업체의 경영자인 것이다.

 둘째, 조합장의 역할을 잘 알아야 한다. 조합장은 조합의 총회나 이사회 등 조합원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실행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조직·인사 등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를 수행한다. 또한 조합원 회의에 참여하여 경영현황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조합장 입후보자 중에서 이러한 일을 가장 잘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 협동조합의 경영목표는 협동조합과 조합원의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조합장은 ▶사업물량 확대 ▶원가 절감 ▶신기술 도입에 노력해야 한다. 또 조합원 전속거래, 이용규모에 따른 배당 등을 통해 조합원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조정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조합장 선거는 사업을 추진하는 경영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정치인을 선출하는 공직선거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조합장 선거는 가장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좁은 지역에서 지연·학연 등이 얽혀 그동안 부정·불법 선거가 만연했던 것도 사실이다.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등 부끄러운 일도 많았다. 협동조합의 임원선출은 조합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부정·불법 선거로 인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불가피하게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게 되었다.

 26일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지방선거 사례를 볼 때 이 기간 동안 불법사례의 70% 이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선관위와 검·경은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 시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금품을 제공한 후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뿐만 아니라 금품을 제공받은 조합원도 최고 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조합원들의 사려깊은 행동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처음 실시되는 동시 조합장선거 후 이번 선거운동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선관위와의 협의 및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농업인과 국민의 요구는 농협이 농업·농촌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꼭 필요한 경영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로 농업·농촌이 어려운 때인 만큼 조합원들의 올바른 선택을 통해 ‘농업인을 위한 농협’ 실현을 앞당기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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