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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깨나"레이건방한"일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레이건」대통령이 떠난후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있다.
방한행사를 기획·조정하고 총괄한 총무처(국장 김경제)직원들은 3일간의 특별휴가를 받게됐다.
이들이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진행시킨 이면에는 뒷얘기도 많고 남모르는 고충도 적지않았다.
「레이건」대통령을 맞는 정부의 원칙은「가장귀한 손님을 가장 정중하고 가장 따뜻하며 가장 안전하게」모신다는것.
김국장팀이 구체적인 영접준비에 들어간것은 10월중순부터였다.
11월 들어서는 전직원이 아예 사무실에 침낭을 갖다놓고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 미측과 이미 협의가 끝난 행사계획도 경호상의 이유등으로 뒤늦게 바뀌는 일이 잦아 더욱 힘이 들었다. 게다가 모든일이 철저한 보안속에 진행돼야 하는만큼 관계기관으로부터 협조를 얻는 일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외무부가 기본계획을 짰고 서울시·교통부(특히 김포공항관리공단) 등과 세부내용을 협의했지요. 경호문제는 대통령경호실·경찰·군이 별개의 팀을 구성, 진행하고요. 그밖에 기념우표·담배등을 위해 체신부·전매청이 협조했지요. 미국측 실무책임자인「리틀· 페어」백악관보좌관이 압국한 10윌30일 이후부터는 그간 계획을 재검토, 행사직전까지 몇차례나 변경하면서 수십차례 회의를 했읍니다.
종합행사에 게양할 세로70m·가로13.5m의 대형태극기와 성조기제작에는 꼬박7일이 걸렸지요. l백㎏이 나가는 폴리에스터 천을 연결하기위해서는 넓은공간이 필요해 잠실체육관을 이틀씩 빌렸죠. 대형초상화도 15일이 걸렸고 과거의 실수도 있고해 대학교수의 감수도 받게 했읍니다.
환영문안중「Ron is a jolly good fellow」는 친밀감은 있으나 혹시 결례가 될지몰라 최종순간에 뺏고 연주곡중「Dixie」는 남북전쟁중 남부군이 애창한것으로 지역적색채가 짙다는지적이 있어 마지막에 뺐읍니다」
이번에는 종전처럼 총리와 외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영접준비위원회를 만들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의 의전기술도 많이 발전해 그럴필요가 없었다는 것. 총무국 의정과직원 13명만으로 벅찬감이 없지않았지만 금년들어서만도 6차례나 외국원수급 염접경험을 쌓을만큼 모두 일에 숙발됐다고했다.『그렇지만 전두환대통령 5개국순방환송·국민장등에 이은 과로로 몇몇 직원이 링게르를 맞은일도 있었지요』
그러나 그런중에도「레이건」 대통령이 환영식장의 한복입은 여학생들을 보고「원더풀」 「뷰티풀」을 연발한일이라든가 「워커」 주한대사가 우리말로 『여러분 아름답습니다』 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때엔 보람을 느꼈다는 얘기다.
『다만 아쉬웠던것은 환영·환송식을 옥외에서 대대적으로 하려했다가 취소하는등 귀한 손님을 더「크게」맞이하지 못한겁니다. 하기야 규모도 일본보다 컷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환영했으니 결과적으로 잘 됐읍니다만…』
옥내행사인 관계로 예포·의장대사열이 생략돼 아쉽고-. 5색종이 살포와 비둘기 5백쌍을 날리려는 계획도 빠져버렸다. 여의도에서 1백만이 참가하는 매머드 환영대회 구성도 있었지만 역시 생략했다.
관계공무원들의 이런 노고가 있었던 탓으로「레이건」대통령의 체한2박3일은 여러모로 잘됐다는 것이 정부안의 중논이다.
예를들어 귀빈들을 대접하는 메뉴선정도 성공적이었다는 얘기인데 지난 12일 한식이 차려진 청와대오찬에서는 「레이건」 대통령도 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백김치같은 음식을잘 들었다는 후문. 또 인삼요리도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는 미측 인사들이 잘먹더라는 것.
12일 저녁의 양식만찬에서도「레이건」대통령등은 콘소메수프·철갑상어알을 곁들인 연어·콜로라도산 비프스테이크에 고향인 캘리포니아산 적포도주·국산 마주앙 백포도주등을 곁들여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는것이다.
14일「레이건」대통령일행이 떠난뒤 김국장은 직원들에게 3일간의 특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면서 『일이 잘끝나 이제 잠을 실컷 좀 자야겠다』 며 충혈된 눈을 비볐다. <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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