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순식간에 '푹'… 서울 시내 불안해서 걷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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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시내 중심가의 도로가 갑자기 ‘푹’하고 꺼지면서 20대 남녀 두 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이러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수도 서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수많은 안전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인도조차 안심하고 제대로 걸어갈 수 없는 것이 2015년 서울의 현실이다.

 설 연휴 때인 지난 20일 오후 2시쯤 서울 용산역 맞은편 한강로 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 앞 인도 1.44㎡ 정도가 3m 깊이로 내려앉아 시민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피해자들이 인도를 향해 서너 발짝 내딛는 순간 보도블록과 함께 땅 밑으로 추락한 것이다. 싱크홀이 깊지 않아 두 사람은 치명적인 부상은 피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용산구는 물론 시공업체조차 도로 밑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던 점을 고려할 때 자칫 끔찍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고 원인에 대해 공사업체는 “이달 초 공사장 주변에 대한 조사를 했을 때는 빈 공간이 없었다. 지하수 유출이 조금씩 생기면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공사방법 등 자신들의 잘못보다는 자연재해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변명으로 들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정밀 점검에 들어갔다고 하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싱크홀이 서울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안전사고에 대한 공포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싱크홀 위험지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의도와 종로, 강남 테헤란로 등 도심에서만 41곳이 발견됐다. 이 중 보강 공사가 시급한 위험지역이 18곳이나 된다고 한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용산지역 등 ‘숨어 있는 곳’까지 포함하면 싱크홀 위험지역 수는 휠씬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마침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달 초 일본을 찾아 도로 함몰 등에 대한 예방과 대응시스템을 연구하고 왔다. 당장 공사장 부근 위험지역부터 안전 점검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