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 전시회 여는 '시간의 예술가' 프레지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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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예술가' '시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스위스의 시계 명장(名匠) 안트완 프레지우소(48)가 9일 한국에 왔다.

수작업으로 1년에 네댓 개쯤 만들어지는 그의 작품은 평균 1억원을 넘나든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후원으로 7~12일 서울 청담동 와이트월 갤러리에서 열리는 첫 한국 전시회엔 16억원짜리 '3볼루션'을 포함해 그의 작품 26점이 선보인다.

프레지우소는 이번 전시를 위해 각각 무궁화와 호랑이 문양이 들어간 시계를 만들어 왔다. 부품이 700~800개나 되고, 제작 기간이 2년 가까이 걸린 대작들이다. 그는 "대표작이라고 할 '3볼루션' 외에 새로 만든 두 시계도 무척 마음에 든다"고 했다.

프레지우소는 시계 만드는 일을 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조그만 나사.톱니바퀴 등 시계 부품을 갖고 놀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바라는 부모님을 설득해 제네바시계학교에 들어갔고, 1978년 세계적 시계회사인 파텍 필립에 입사해 기량을 닦았다. 81년 독립해 자신의 작업실을 열었다.

"올해는 제 이름을 걸고 시계를 만들기 시작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전시회가 열려 더욱 의미가 깊네요."

그가 만드는 시계는 배터리로 돌아가는 전자식이 아니라 태엽을 감아줘야 작동하는 전통 방식이다. 여기다 중력의 차이에 따른 시간의 미세한 오차를 잡아내는, 이른바 '트루비옹' 장치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이 장치는 '시계예술의 극치'로 통한다.

프레지우소의 생활은 흡사 수도승과도 같다. 제네바 외곽의 아름다운 전원에 있는 작업실에 틀어 박혀 수개월 간 하루 12~14시간씩 수많은 부품을 손으로 갈고 다듬어 한 개의 시계를 완성한다. 이렇게 탄생한 시계는 매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전시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다.

그는 "내가 만든 시계를 차고 기뻐하는 이들의 표정을 바라볼 때 더없이 행복하다"며 "단순히 시계가 아니라 꿈을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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