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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육의 활로 열었다|고교 철학교육 부활의 의의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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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등학교에서도 내년부터 자유선택 과목으로 철학교육을 실시하게 됐다. 문교부의 이러한 조치는 각계로부터 크게 환영받고 있다. 해방후 한때 일부 고교에선 철학·논리학이 필수과목으로 설치된적이있었으나 60년대초 입시중심교육에 밀려 자취를 감춘지 오래됐다. 50년대의 철학교육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던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윤명노교수 (서울대) 는 『오늘날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서 지적 성숙도를 찾아보기는 힘들다』면서 당시의 철학교육의 성과를 회고했다.
철학계의 3大학회인 한국철학회·철학연구회·한국철학연구회는 공동명의로 수차례에 걸쳐 고교에서의 철학교육의 부활을 문교부에 건의해왔다.
이번 문교부의 조치로 30여년만에 부활된 고교에서의 철학교육은 적어도 입시위주의 파행적인 교육풍토를 지양하고 인간교욱의 활로를 여는 머나먼 길의 한 출발점을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이미 19세기 (1865년)부터 실시해온 프랑스고교에서의 철학교육의 필요성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철학교육이 중등교육의 최고학년에 놓여진 이유는 그전까지 개별적 지식으로 가르쳐온 모든 교과의 특유한 사고를 철학교육을 통해 반성적으로 다시 성찰해 인간정신의 자유로운 전개의 특징을 총합적·통일적으로 학생들에게 자각시키기 위한데 있다』
또 프랑스가 l925년9윌에 제정한 철학교육 지도요령에 따르면 철학교육에선 추구하는것도 자유로운 비판정신이며 교육방법 자체도 자유로와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철학교육은 모든 분과의 지식을 통일하고 주어진 전제들을 다시 한번 비판하는 기회를 주어본다는데 의미가 있다.
근본적인 물음이 없으면 비판할 자신도 안생기는 법인데 철학교육은 물음을 준다.
김용옥교수(고려대)는 오늘날의 철학을 딸에게 모든것을 내준「리어」왕의 신세에 비유한다. 철학은 모든 분과과학에 자신의 영역을 모두 나누어준 마당에 과연 철학의 존립의미는 어디에 있느냐는 논의까지 일고 있다는 것. 그러나 김교수는 여기에 오히려 더큰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고유한 영역올 실체적으로 갖고있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통일의 원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김정환교수 (고려대) 는 오늘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등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의 고교철학교육은 모두 필수과목이라고 소개하고 미국에서도 전통을 갖는 학교에선 철학교육을 중시하는 경향이라고 소개했다. 김교수는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해도 철학을 중시하는 유럽학풍을 이었기 때문에 우리만큼 철학교육에 문제가 깊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을 중시하는 미국의 교육관 교사관의 지나친 영향을 경계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교에서 철학교육을 실시하는데는 문제점도 적지않다.
우선 교육의 실시 자체가 교장재량에 따른 것이므로 얼마나 실시될지부터가 미지수다. 오늘날과 같은 입시위주 교육에서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는 철학교육이 얼마나 대접을 받을지도 의문이다. 앞으로 필수과목화등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게 학자들의 의견이다.
교재는 3학회가 공동으로 편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효과적인 교육방법의 개발이나 동·서양철학의 균형있는 비중등에도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겠다. 국수주의적 풍조도 배제해야겠다. 교사양성 문제도 시급한데, 이초식교수 (고려대) 는 대학에서의「철학교육」의 교육체제 자체도 본격적인 경비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철학을 지극히 필요로하는 현대에 살면서도 철학을 도외시하는 풍조를 씻어내고 모처럼의 고교 철학교육이 굳건히 터잡을수 있도특 정부와 학계·교육계의 분발이 요구된다.<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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