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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신의 강자와 신진기수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조훈현9단이냐, 허장회4단이냐』-.제18기 왕위전(중앙일보사주최)은 한국기계 최강자와 신진세력의 기수간의대결로서 8일 그 막이 으른다
1천4백만원의 우승상금이 걸린 국내랭킹 1위의 기전-그 7번승부에서 누가 먼저 4승의 고지를 넘어설 것인지 누구도 단언하지 못할것이다
조훈현 현왕위와 도전자 허장회4단은 다같이『명경지수와같은 마음가짐으로 한판 한판에 최선을다해 두어나가겠다』고 말하고있다
조왕위와 허4단의 객관적전력은 조왕위의 우세를 점칠수밖에없다 최근 명인위를 잃었기는하지만 조왕위는 우리기계의 천하통일을 두번이나 이루었고 국내의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싸워서 압도적인 승률을 올리고있는 명실상부한 최강자다. 그는「제비」라는 별명이 어울릴만큼 경쾌하게 바둑을 두어나간다. 또 형세판단에있어 누구보다도 정확하다
그를 아는 국내기사와 일본기사들도 기재에 있어『조치훈과 비교하여 우열을 가릴수없다』고 말하고있다 조왕위의 바둑은 언제나 확신에 가득차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가 구사하는 작전은 빈틈없이 맞아떨어져 상대를 당황케한다. 이같은 조왕위에 도전하는 허4단은 프로에 입단한지 이제 6년, 아직은 소장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각종기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지난해 왕위전도전자결정 본선리그에서 5승1패동률로 장수영6단과 재대국하여 아깝게 패했고 올해는 또 같은 5승1패 재대국에서 한찬석7단에게 승리한것이 그의 큰 전적을 이루고있다. 입신의 경지에이른 조왕위에게는 아무래도 힘들다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그러나 허4단은 이제 28세, 욱일승천의 기세를 자랑하는 패기찬 도전자다
허4단은 아마추어시절 전국아마국수전을 4연패했다. 바둑을 기초부터 착실히 배워 정석과 포석에 강하고 찬스를 잡았다하면 놓치지않는 강인함이 있다
담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요즈음은 많이 나아져 강수를 곧잘 구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최근 그의 상승세다. 강자들을 꺾어나가는 허4단의 바둑에는 외유내강의 힘이 쌓여가고있다. 또 얼마전 결혼하여 허니문에서 돌아와 대뜸 도전권을 따낸 것으로 보아 바둑외적인 면에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사들은 말한다
『이번 도전기에서 허4단이 조왕위를 이기겠다고 마음먹어서는 안될것입니다. 무념무상으로 바둑판앞에 앉아 대선배로부터 한 수 배우겠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것입니다.』
그들의 말은 사실인것 같다. 허4단도 『도전기에 나서 조왕위와 대결하게 되는것은 처음입니다. 신예답게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싸울뿐딴 생각은 하지않겠읍니다』라고말했다. 허4단이 이러한 자세로 임할 때, 그결과를 누가 단언할수 있겠는가
『승부에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지만『바둑은 기칠운삼』이라는 말도있다.마음을굳게 다지는 쪽에 승리의 행운도 따를 것이다. 최근 조왕위는 서봉수7단의 재기로 인해 각종 기전에서 그의 세찬 도전을 받고있다.
거기에다 제3의 도전자를 만나서 그를 어떻게 상대하여야할지 고심해야 하게 되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그 헛점이 허4단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승부는 끝나보아야 알겠지만 두대국자가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할 때 랭킹 1위 왕위전은 명승부를 낳을 것이고 바둑팬들의 성원을 받게 될것이다.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할 열전 7번승부를 기대해 본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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