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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전쟁놀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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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타잔 놀이를 하던 어린이가 나무에 매어놓은 줄에 목이 감겨 숨졌다. 엊그제엔 전쟁놀이를 하던 어린이가 포로라고 몸을 묶은 끈에 목이 졸려 숨졌다.
타잔 놀이나 전쟁놀이나 어린이에겐 모험심을 충족시키는 신나는 놀이임엔 틀림없다. 성인들도 그런 추억쯤은 누구나 갖고 있다.
놀이는 어린이생활의 본질이다. 사람은 원래 「지식의 인간」 인 동시에 「놀이하는 인간」 (Homo Ludens)이다. 사람은 어린 시절의 놀이를 통해서 상상력을 넓히고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킨다.
놀이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남을 어떻게 돕고, 외부의 위협을 어떻게 이겨내며, 어떠한 때에 자기를 주장해야 하는가를 알게된다.
특히 전쟁놀이는 이런 성격이 강하다. 정의, 협동, 영웅, 이상의 개념을 막연하게나마 깨닫게 된다. 어느 어른이고 한번쯤은 전쟁놀이를 겪으며 성장한다.
아동기를 인생의 제2의 출발이라 한다. 부모의 손에 이끌리던 유아기에서 독립하기 때문이다. 교육심리학자들은 이때를 「갱(gang)연령」 이라 부른다. 바로10세를 전후한 시기. 성별로 따로 놀기 시작하고 친구집단이 생긴다.
이때는 부모의 말보다도 친구의 말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때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극히 주의할 때. 특히 놀이에 대한 세심한 지도가 필요할 때다.
우선 어린이생활에서 놀이는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성적이 떨어진다고 놀이를 막기보다는 부모나 교사들이 적당히 한몫 끼어 놀아줘야 한다. 올바른 놀이를 지도하고 위험한 경우를 피하게 해야한다.
다음은 능력에 맞는 놀이를 권장해야한다. 아동의 건 강도와 친구와의 친화도가 고려돼야한다.
제일 개탄스런 것 이 놀이질 경의 부비다. 동난 을 전후한 세대는 굴렁쇠, 팽이, 공기, 고무줄로 만족해야만 했다. 지금은 놀이기구가 품성해진 반면 놀이터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도시에서는 숨바꼭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뒷동산 숲은 벌써 예전 얘기다. 「톰·소여」 가 험준한 동굴을, 「허클베리·핀」 이 대하를 놀이터로 삼은 것은 오직 책속의 이상향일 뿐이다. 아파트광장의 야구놀이조차 어른들의 눈총을 받아야 만 한다.
이런 사정 속에 어린이의 놀이는 위험한 경지로 내닫는다. 컴컴한 부양만화가게, 돈 딱지 놀음, 잔혹취미 의 놀이 기구 등.
어린이는 마음놓고 뛰놀 곳이 부족하다. 더 늦기 전에 학교운동강의 개방, 놀이터의 확충등 손을 써야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건전하게 논 어린이가 건전한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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