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 "이민자 소요 일자리가 최선의 치료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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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무슬림 청년들의 폭동은 30~40년간 유럽 지역에 쌓여온 사회문제가 터진 것이지요. 화난 젊은 무슬림들을 진정시키는 최선의 치료약은 그들에게 '미래'를 주는 것이지요. 그들의 미래는 곧 일자리입니다."

7일 방한한 벨기에 기 베르호프스타트(52.사진) 총리는 프랑스 사태에 대해 선뜻 입을 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직전인 이날 오전 11시 숙소인 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총리는 "폭동은 유럽 전체의 문제가 아니냐"는 반문에 입을 열었다. 솔직한 반성과 함께.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이민자들을 사회적으로 통합시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30~40년 묵은 문제'는 이민자들이 1960~70년대에 유럽으로 몰려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럽은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다. 이후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무슬림의 일자리가 줄었다. 유럽 국가들이 일자리를 잃어가는 무슬림 청년의 좌절을 충분히 달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베르호프스타트 총리는 "제가 한국에 온 것도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벨기에는 배울 게 많은 나라다. 복잡한 사회구성을 잘 통합해 공존공영해온 성공모델로 유명하다. 베르호프스타트 총리는 최근 6년간 안정.발전의 일등공신이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어.프랑스어.독일어 사용 지역으로 나뉘며, 세 지역별로 각각 자유당.기민당.사회당.녹색당.극우정당 등 색색의 정파가 활동 중이다. 총리는 99년 집권 당시 색색의 지역 정당을 묶은 '레인보(무지개) 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정치력을 인정받았다.

"지역 간, 이데올로기 간 화합 장치는 바로 연방제입니다. 벨기에는 지역.이데올로기.언어별로 수십 갈래 얽힌 이해를 통합하기 위해 93년 연방제를 채택했지요. 연방제 성공의 관건은 지역별 자치권을 확실히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지역정부는 경제에서 교육.문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연방정부의 주업무는 지역정부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것. 그리고 외교.국방.치안이다. 10여 년의 시행착오를 거친 지금 국민 절대다수가 연방제의 효율성을 확신한다. 총리는 "한국도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한국에 건넨 또 다른 참고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소국의 생존전략'이다.

"벨기에는 유럽의 전쟁터였지요. 한국도 동북아의 전쟁터였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벨기에는 전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해법은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협력기구의 구성이다. 베르호프스타트 총리는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벨기에와 같은 작은 나라가 자신의 이해를 더 많이 관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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