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교원평가제, 우열 나누기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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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로 도입하고자 하는 교원평가제도의 목적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원근무성적평정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교원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데 있다. 현재의 평정은 교원의 승진.전보.포상 등 인사결정을 위해서만 주로 활용되고 내용은 자질 및 태도, 근무 실적 및 근무 수행능력 등 두 개의 평정사항으로 나뉘어 있다. 그 결과는 비공개 원칙에 따라 승진예정자 결정 자료로만 활용돼 교사들의 전문성 개발에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새로 도입하고자 하는 교원평가제도는 기존의 평정이 다루고 있지 않거나 소홀한 부분인 우수 교원 발굴.유지, 교원의 전문성 개발 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상을 교사와 교감에 국한하지 않고 교장을 포함함으로써 교육현장 구성원 간의 상호 보완성을 높이고 교육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려는 교원평가제도는 수업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리자의 학교 경영 등에 대한 전문성 향상 및 능력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학교 현장 관련자들인 교장.교감.교사.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학교에 희망을 주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함께 협력해 학교의 미래를 밝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될 때 국민이 학교 교육을 신뢰하고 협력.지원하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이러한 교원평가제도를 둘러싸고 교육공동체가 외견상 대립하는 핵심은 교장.교감을 평가에서 배제하느냐에 관한 문제로 보이는데, 교장.교감은 학교 경영에 대한 전문성 향상 및 능력 개발에만 있음을 분명히 할 때 왜 중요한 이슈가 되는지 의문이 든다.

실은 이들 표면상의 이유보다 새로 도입하려는 교원평가제도에 대한 불신에서 대립의 첫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원평가제도는 교사들의 전문성 제고가 목적이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오용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원인은 평가받는다는 자체가 부담스럽고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평가활동이 순기능을 발휘할 때 소속된 집단과 개인을 역동적으로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교원평가제도가 시범실시 단계를 넘어 현장에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원단체는 평가제도가 현장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충분히 생각해 이에 한 발짝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 제도가 교사 간의 우열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나 교원단체는 현재 국민 대다수가 교원평가제도에 찬성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 정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교원평가제도의 시범실시를 통해 만의 하나 문제가 있다면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한국교육평가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