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민감성, 국민이 알아야 … 일부 군인에게 맡겨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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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단순히 요격미사일 몇 개를 들여오는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갈등에 따른 우리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 사드 배치 여부를 일부 군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고민해 결정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이 필요한 때다.” 지난해 8월 15일 장편소설 『THAAD』(사진)를 발간한 김진명(58)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논란이 커지는 사드 문제의 민감성을 국민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급박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해 지난해 5월 집필 중이던 대하소설 『고구려』를 중단하고 『사드』부터 썼다고도 했다.

 - 급박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미국은 그동안 사드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계속 연막을 쳤다. 그런데 워싱턴에서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한국 측 파트너를 강하게 압박한다는 얘기를 지난해 5월께 공개할 수 없는 일본 소식통을 통해 들었다.”

 -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뭔가.

 “60년 이상 국토 방위를 같이해 온 미국의 요구를 쉽게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고 쉽지도 않다. 다만 미국의 힘에 눌려 꼼짝 못하는 것은 문제다.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이 사드를 싫어하는 현실도 배려해야 한다. 그만큼 사드 문제는 어려운 선택이란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결론보다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 1993년 1차 핵 위기 때 발간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선 핵 주권론을 부각했는데.

작가 김진명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사드는 대한민국이 자신의 운명을 위해 스스로 어른다운 선택을 고민하게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핵 주권은 미국의 핵우산이 있는 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 반면 사드는 미·중 사이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자 기로인 셈이다.”

 - 안보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여론조사를 하면 50대 50으로 나뉠 것이다. 기술적으로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중이 충돌하는 시기에 한반도가 많이 시달릴 거다. 그동안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 살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기가 끝나고 있다는 것을 사드 논란이 보여 주고 있다.”

 소설에서 김씨는 지난해 7월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를 거론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시 주석이 “한국이 사드를 받는다면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전쟁하자는 뜻에 다름 아닙니다. 중국은 반드시 복수를 합니다”고 말했다고 돼 있다.

 - 소설이 현실과 너무 닮았다.

 “지난해 시 주석이 사드 때문에 방한한다고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 그런데 그 이후 시 주석이 사드에 대해 실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한·중 국방회담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의 결정도, 요청도, 한·미 협의도 없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1일 ‘한·미 간에 사드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고 한 장관과 다른 말을 했다. 거짓말은 문제만 키운다.”

 - 미국의 말이 왜 계속 바뀐다고 보나.

 “중국은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분명하게 선언했다. 그런데 미국의 화법은 단순하지 않아 오히려 우리에게 주는 중압감이 더 크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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