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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또 닥쳐도 미국인은 끄떡 없다" 1차 쇼크 뒤 10년…그 사정을 보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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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차 오일쇼크 이후 꼭 10년. 미국은 그러한 엄청난 위기가 다시 오더라도 이를 극복하기위해 에너지절약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부터 꼭 10년전, 그러니까 73년 10월은 악몽의 순간이었다. 더 정확하게 18일부터 미국인들은 자동차를 마음대로 굴릴 수 없었다.
가솔린을 사기 위해 몇시간씩 주유소에서 기다려야만했고 그나마 기름탱크에 마음껏 채울수 없었다. 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화하여 미국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함으로써 빚어진 오일쇼크. 혹은 에너지위기라고 불렸던,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 별어졌던 것이다.
미국인들은 그때서야 중동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기 시작했고 아랍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그해 10월초 이스라엘과 아랍간에 제4차 중동전이 터지고 이스라엘을 돕는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취해진 석유금수 조치는 주유소 앞의 자동차행렬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를 뒤흔들었고 낭비를 미덕으로 알던 미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석유가격이 치솟자 모든 공산품이 원가압력을 받아 물가를 부채질했고 이어 인플레이션,그리고 고이자율로 이어졌다.
엄청난 돈이 서방세계에서 중동산유국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른바 오일달러. 원유값이 배럴당 2달러 하던 것이 갑자기 5배나 뒤 10달러에 달했다.
이와 똑같은 현상이 79년 이란혁명 후 다시 한번 벌어졌다. 2차 오일쇼크다.
이렇듯 잇달아 오일쇼크가 터지자 에너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눈물나게 경주되었다.
가정에서는 열손실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창문틈을 틀어 막는가하면 실내온도와 조명을 낮추고 쓸데없는 자동차운행을 삼갔다. 그 결과 미국 가정의 경우 오늘날 10년전과 비교해 볼때 무려 20%의 절약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산에 있어서 열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명제가 최우선으로 채택되었다.
예를 들어 화학산업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생산은 37%증가한 반면 에너지효율은 24.2% 개선되었다.
알루미늄산업의 예는 더욱 획기적이다. 10년 전에 매년 1백2O만t의 알루미늄이 깡통으로 사용된 후 회수되어 재사용 되었는데 이제는 2백만t을 넘고 있다. 알루미늄 재생산은 95%의에너지 절약효과를 가져다준다.
에너지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정부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미국정부는 석유수입의 다원화를 꾀해 73년 당시 17.3%였던 OPEC (석유수출국기구) 의 존도를 7.6%로 낮추었다. 1차 오일쇼크때 제2의 석유공급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제 10위로 밀려났고 지금은 멕시코·캐나다·베네쉘라 순으로 되어있다.
미국의 전략석유 저장은 현재 3억6천만 배럴의 원유를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거대한 지하소금 공동에 저장하고 있는데 외부로부터 석유공급이 끊어진다해도 80일동안 버틸수 있는 양이다.
미국의 1일 석유수입량도 73년 6백만 배럴, 77년 8백60만배럴에서 83년 4백30만배럴로 떨어졌다. 석유절약과 국내생산의 증가에 힘입은 덕이다.
미국정부는 또 원자력·석탄·태양열 에너지등 대체에너지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73년 47%에 달했던 국가에너지소비의 석유의존도를 올해 42%까지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최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태양열에너지의 경우 태양열주택이 50만가구에 달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가정의 살림전기기구인 냉장고·세탁기 등을 새롭게 개발해 50%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가 하면 자동차회사는 가솔린을 많이 쓰는 덩치 큰 자동차를 버리고 소형승용차를 개발해내 에너지절약에 큰 역할을 했다.
농민들도 비료를 적게 쓰고 최소적정량의 생산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가솔린사용 농기구를 디젤로 바꾸는등의 에너지절약에 앞장서 지난 10년 동안 17%의 절약효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에너지절약이라는 필요는 가정·주택·운수·농업등 각종 산업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이제는 또다른 오일쇼크가 닥쳐 온다해도 비록 타격은 조금 입겠지만 훌륭히 견뎌 나갈 수 있게끔 되어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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