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권자연맹,131가구 대상 유아관리실태 조사|도시 저소득층 취업모 가정의 아동 부모무관심에 바른 성장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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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도시 저소득층 가정의 유아문제가 날로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빈민층 아동은 신체발육과 영양면에서 심한 결핍증을 유발하고 있음은 물론 간식은 으례 돈으로, 놀이는 부모들의 싸움얘기로 대신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회장 양경숙)은 서울구로동 지역을 중심으로「도시저소득층 취업 어머니의 유아관리 실태보고서」라는 논문을 내고 영세민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동문제를 현지조사를 통해 분석했다.
지난 2월16일부터 9일간 구로3,4,6동의 기혼취업여성 총1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논문에 의하면 유아기자녀 (3∼7세)를 둔 취업모는 모두 72·5%.이들 어머니의 교육정도는 84·9%가 중졸이하, 이들 가정의 77·1%가 방한칸에 모든 식구가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빈곤가구 주부들의 특징은 최저생활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해 절약하는 한편 소득증대를 위해 취업기회만 있으면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이들의 소득증대 방법은 장시간이면서 단순노동에 치우친 저임금 노동에 불과하다.
이러한 어머니들의 특성은 아동들의 성장발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먼저 취업어머니의 자녀관리는 부업을 제외하고는 형제끼리 놀게 하는 경우 (27· 4%)가 압도적이다. 그밖에 실직한 아버지가 돌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경우는 아동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무시나 미움, 공포의 감정을 유발시켜 오히려 성장발육에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유아의 간식에 있어서는 도시의 고소득층 어린이들이 유제품이나 과일·과자로 대체함에 비해 빈민층아동의 56·5%는 돈으로 해결, 대개 10원정도의 쥐포나 불량유색쥬스가루로 대신하고 있다.
유아들의 질병과 사고에 있어서는 장시간 TV시청으로 시력손상위험이 높고 그밖에 연탄가스중독·화상·동상등도 높은 비율을 자지하고 있다.
유아들의 놀이에 있어서는 76·3%가 장난감이 없어 맨손으로 놀며, 특히 빈민층사회의 모습·가정환경이 놀이에서 여실히 드러나 자못 주목된다.
구체적인 예로 소꿉놀이와 고무줄 놀이 가사를 살며보면 『엄마한테 과자 사 달라고 했더니 이×아 이×아 돈이 어딨니』 『난리 난리 났어요. 부부싸움 났어요』 『술뚜껑 남비 뚜껑 날아가요. 지나가던 엿장수 수지 맞았죠』 『건들건들 도둑놈이 들어와 안방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난다. 도둑놈』 등.
즉, 부모들의 통제없이 성장한 빈민층 아동들 사이에 TV코미디 말투, 은어등이 유독 유행함을 알수 있다.
이들 아동에 대한 부모들의 교육방법은 매질이 대부분으로, 게다가 어머니들의 상당수가「아이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커나가기 마련」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문제시되고 있다.
그결과 이 논문에서는 『「저교육-저학력-저임금· 실업-질병-빚」의 악순환이 빈민층 가정의 문제이자 바로 아동의 문제로 직결되고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악순환은 ▲종교단체와 여성단체의 자원봉사 ▲저소득층 유아원의 의무적인 점심 제공 ▲유아원의 종일반 운영시설확대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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