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4.4%인데 가계 실질소득은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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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3일 발표한 '3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2.3%)을 감안한 전국 가구(농어가 가구 제외)의 실질 소득은 월 평균 249만2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8만7500원)에 비해 0.2% 줄었다. 실질 소득이 감소한 것은 200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통계청은 추정했다.

최연옥 통계청 고용복지통계과장은 "전국 가구 대상의 가계수지 통계는 2003년부터 작성했기 때문에 시계열 통계는 없지만 2002년 3분기에 실질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돼 3년 만의 감소세"라고 말했다.

실질 소득은 줄었는데도 세금.공적 연금.사회보험 등 비소비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3분기 전국 가구의 비소비 지출은 월 평균 38만8100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2%나 증가했다. 특히 3분기에 낸 세금은 월 평균 9만85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2%나 늘었다. 재산세 납부 시기가 지난해는 7월과 10월이었으나 올해는 7월과 9월로 변경되면서 3분기에 납부한 세금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도시지역 근로자가구의 소득도 3분기에 월 평균 331만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1만5500원)에 비해 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김원배 기자

[뉴스 분석] 교역조건 나빠져 기업 이익 감소 임금 줄였기 때문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은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4.4%로 나타났지만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은 되레 뒷걸음질쳤음을 보여준다.

통계청 관계자는 "실질 소득이 줄어든 이유는 교역 조건이 악화하면서 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이 종업원에게 지난해에 비해 임금.상여금 등을 덜 지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출과 소비가 주도하는 경기 회복의 온기가 경제의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고 바로 가계의 소득이 늘지는 않는다. 경제성장률 상승이 소득 증가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투자 확대→일자리 창출→소득 증가→소비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최근 소비가 다소 살아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지만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설비 투자는 8월(-0.7%)과 9월(-2%)에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고유가 등으로 인해 수입 단가가 뛰면서 교역 조건이 나빠져 가계의 실질 소득도 줄고 있다. 때문에 수도권 공장 입지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설비 투자를 유도하는 일이 시급하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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