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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무시무시한 수읽기 … 벼락 같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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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준결승 1국> ○·김지석 9단 ●·스웨 9단

제13보(112~118)=“무시무시한 수읽기였다.” 뒷날 이 바둑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프로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무시무시한 수읽기였다.” 프로들에게 수읽기는 묘수나 맥과 동의어로 쓰인다.

 오늘 감상은 단 한 수로 족하다. 112 끼움수. 저 수가 반상에 놓여질 때 TV 화면을 바라보던 기사들은 잠깐이지만 모두 고요했다. 말을 잃었다. 그랬다. 말을 잃게 만든 수. 그것이 112였다.

 ‘참고도1’ 1이 실전 112다. 무서운 맥으로 무서운 감각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왜 112가 묘수인가. ‘참고도2’에 답이 있다. 누구라도 두고 싶은 2 단수. 하지만 7까지 필연의 수순인데 이후 a와 b를 맞봐 흑이 파탄이다.

 실전을 보자. 118 다음에 흑에게 두 개의 약점이 남아 있다. 백A~백C. 그리고 D와 E를 맞봐 상변 백이 무사하다는 것이다.

 112의 효과 하나는, 우변 백의 사활과도 관련이 있다. 상변과 중앙의 백 수습에만 백이 정신을 쏟으면 자칫하면 우변 백 대마가 위험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것이 이제 다 풀렸다. 다시 한 번 돌아봐도 그저 놀랄 뿐이다. 과연 명인의 수준은 다르구나. 그 말 외에 달리 감탄사가 없었다. 글 쓰는 사람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관전기에 저런 묘수를 다 드릴 수 있다니!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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