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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사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대국가의 군사력을 평가하는 2대 요소는 핵 억지력과 재래식 무력이다. 세계대전을 억지하는 군사력에선 핵무기가 우선되나 그렇다고 재래식무력의 중요성이 감소 되는것은 아니다. 2차대전 이후의 모든 분쟁이 재래식 무력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 때문에 핵국가라도 재래식 무장에 힘을 쏟는 것이다.
핵을 갖지 못한 대부분의 국가에선 재래식 무력이 곧 군사력의 전부이며 이 때문에 국지적 분쟁의 가능성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특히 북한처럼 밖으로는 평화공세를 벌이고 안으로는 폭력통일을 획책하는 집단에 대해선 그 군사력의 강화여부에 부단한 경계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최근 2년간 군사력을 급격히 증강하고 있다는 「세네월드」 한미연합사령관의 경고는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나 점차 북한의 군사장비가 공격성 무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네월드」 사령관이 지적한 바로는 북한이 고속 상륙정을 대폭 증강, 전투함이 5백여척에 이르게 됐으며 이로써 한국 해군과는 4대1의 비율로 우세를 유지하게 됐다. 북한은 또 보병사단을 기계화및 전차사단으로 개편했으며 서울 이남까지 사정거리를 갖고 있는 프로그 지대지 미사일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군사장비가 공격성 장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과연 한반도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미 북한의 총병력이 75만명에 이르렀고 후방침투를 위한 10만명의 특수요원을 확보한 사실은 수차 지적돼 왔다. 북한은 이같은 정규병력 외에도 입대연령이 채 안된 장정은 「붉은청년 근위대」로, 현역 복무를 마진 청장년은 「노농 적위대」로 편성해 놓고 있다. 이들은 일단 유사시에 즉각 현역 군사력으로 전환 될 수 있으며 평시에도 현역 못지 않은 전투훈련을 받고 있다.
북한은 군사력 확충을 위해 해마다 GNP의 25%이상을 군사비에 투입하고 있으나 은페된 예산까지 합치면 총 예산의 40%를 넘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은 이같은 군사력의 확충을 배경으로 항상 『한반도에선 임의의 시각에 전쟁이 터질수 있다』고 호언하며 주민들에게 전쟁준비를 고취하고 있다. 귀순 용사의 증언에서 그들이남침시간표를 까놓고 있다는 사실도 폭로된바 있다.
북한의 호언이 허언이 아니라면 공격성 무기로의 전환은 북한 군사력의 전투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할 만하다. 전투력, 특히 재래식 병력의 전투력은 병력의 질, 무기의 효율성, 지원시설과 병참조달능력, 군조직의 질등이 기본요소가 된다.
북한은 이가운데 병참상의 애로만 빼놓으면 재래식 군사력으로선 최상의 능력을 보유한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세네월드」사령관의 이번 경고대로 무기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는 중이라면 북한의 전투력은 그 어느때보다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북한 군사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내려지면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세가 문제가 된다. 이념과 체제가 다른 우리가 그들과 맞서 똑같이 군사력만 강화할 필요는 없다. 현대의 군사력은 양보다는 질에서 우열이 가름된다.
총체적인 국력에서도 이미 그들을 4대1의 비율로 앞서고 있는 우리로선 우방과의 긴밀한 유대아래 방위능력을 향상하고 내치와 외교에 힘쓰는 것이 올바른 대처방법이 될것이다.
군사력 하나만 믿고 전쟁을 도발하는 어리석음은 이미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김일성집단은 점차 높아가는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탈출구로 끊임없이 전쟁위험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것도 한계가 있음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가 우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방위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에선 군사력의 증강은 오로지 민족 에너지의 낭비임을 북한은 하루빨리 깨달아야한다.
우리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여러가지 대화방안을 그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군사력에 쏟는 정력을 대화에 쏟는다면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임을, 북한 당국에 충심으로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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