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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승운타고 아르헨도 격파| 4국 친선축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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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화랑호가 편익비행을 하고도 승리를 거두었다. 장한 일이기도 하지만 명백한 결함이며 문제점이다.
오른쪽 윙플레이어 이태형(한양대·19)이 눈부시게 활약, 화랑공격을 주도했고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태형은 전후반을 통해 줄곧 공격의 기폭제였으며 찬스메이커였다.
반면에 왼쪽 윙인 이승희(후반에 구한식으로 교체)에겐 거의 볼이 돌아가지 않는 현격한 대조를 나타냈다.
이태형의 두드러진 선전감투 못지 않는 또 하나의 주목거리가 신연호.
최고의 골게터라고 인식되어온 신은 지난3일 브라질과의 경기에 이어 또다시 극심한 난조를 재연했다. 뜀박질에 탄력이 없고 다른 동료선수와 달리 아르헨티나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유별나게 힘이 부쳤다. 패스의 실수도 가장 많은 듯 했다.
신이 관중의 분노와 같은 실망을 산 대표전인 케이스는 후반10분의 어이없는 슈팅이었다. 김성기가 멋지게 센터링했을 때 골문 바로 앞 약5m거리에서 완전무결한 득점찬스를 맞았으나 볼을 크로스바의 훨씬 위로 넘기는 믿기 어려운 해프닝을 연출한 것이다.
『요즈음 슬럼프에 빠져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으므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박종환감독의 설명대로라면 천만다행이다.
일부 관중들은 흔히 있듯이 급격한 조락(조락)의 조짐이 아닌가하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신은 화랑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공을 세워 체면을 세웠다. 후반35분 유동관의 약25m거리의 통렬한 슛이 아르헨티나교체 GK「코셀라」의 손을 스치고 골네트에 꽂히기 직전 유에게 볼을 길게 패스해 준 선수가 신이었다. 이 장면에서 신과 유사이에 서 있다가 가벼운 속임수 동작으로 일부러 볼을 빠뜨린 이태형의 재치가 있었다.
아르헨티나가 다소 강세를 보였던 전반과 달리 후반들어 화랑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뤄진 것은 링커진을 김흥권-김종건으로부터 유동관-김삼수로 교체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
아르헨티나의 필사적인 파상공세를 페널티지역 앞에서 거의 완벽하게 차단해낸 장정·유병옥·전종선·김성기의 철벽수비는 화랑의 득점을 간절히 바라는 데만 정신을 쏟은 관중의 눈에는 클로스업 되지 않았으나 크게 칭찬받을 만했다.
숱한 명암이 교차하는 가운데 승운이 따른 화랑은 2연승을 구가, 4개국 국제친선축구대회의 단독선두에 나섰으며 1위 혹은 2위를 차지하여 결승에 오를 공산이 짙어졌다.
한편 브라질은 첫날의 부조와 달리 멕시코를 맞아 특유의 절묘한 개인기와 숏패스에 의한 돌파를 유감없이 발휘, 3-1로 쾌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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