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사채 모두 얻기 어려워|기업들, 자금조달 비상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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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동사건」후의 난기류를 헤쳐가기 위해 기업들은 비상자금계획을 세우는 한편 기구의 축소·통합, 인원감축,국내 일거리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나간 거액대출에 대한 여신관리를 강화하고 지보에 무척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내년초에 기업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교환하기위한 신용정보회사의 설립을 추진중이다.

<단자사 거의 대출중단 상태>
「명성」.「영동」사건후 시중의 돈이 잘 안돌고 은행돈이나 사채얻기가 어려워지자 각기업에선 자금조성에 비상수단을 동원, 사장이 직접 나서서 돈을 모으는 한편 회사 재선처분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년말자금 성수기를 앞두고 돈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 조금 여유가 있는 기업도 미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여타기업은 연쇄부도사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긴급한 것 외에는 일시 지출을 동결하는 비상수단도 쓰고 있다.
현재 은행에서 선별적으로 나가는 구제금융 외에는 사채·증권회사의 완매자금등이 거의 동결된 상태며 급한 불을 꺼주던 단자회사들도 돈이 없어 웬만한 기업엔 돈을 못주는 형편이다. 시중돈은 일시 퇴장상태를 보이면서 극히 믿을만한 데가 아니면 돈 융통을 안해주는 실정이다.

<해외건설업체>
이번 사태로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곳이 해외건설업체다. 소문이 잘못나는 바람에 어음융통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공사의 부진을 메우기 위해 국내공사 수주전에 뛰어들어 덤핑을 일삼는가하면 웬만한 국내 정부공사의 입찰경쟁률은 최소 10대1을 넘고 있다.
또 자금동원이 가장 확실한 국내아파트분양을 서둘러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구제금융은 임시조치 밖에 안돼 새 공사를 따내야 하는데 은행이 지보를 꺼려 더욱 울상이다.
대부분의 건설회사가 사옥·계열회사등을 팔았고 그동안 삼갔던 기구축소·인원감축등도 강행되고 있다. 또 경비지출도 거의 동결했다.
선급금이라도 받아 급한 불을 끄자는 생각으로 대형 해외건설업체들이 국내공사에 뛰어들어 덤핑을 하는등 수주전이 치열하다.
오는30일 서울시가 발주할 탄천 하수처리장 토목공사 입찰에는 현대·대림등 14개사가 뛰어들었고 지난26일 입찰이 끝난 금강 하구둑 공사에는 21개사가 경쟁을 벌인 끝에 정우개발-한국건업합작팀이 공사를 따냈다.

<신용정보회사>
이번 영동사건때 정보부족으로 심한 곤욕을 치른 재무부는 신용정보회사의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각 금융기관이 일정액을 출연하여 기업에관한 여러 신용조사를 할 신용정보 회사를 내년에 설립한다는것.
민간기구로 발족하게 될 이 회사는 국내 각 기업의 신용자료를 수집분석, 기업이 당좌개설을 하거나 은행대출을 받을때 은행이 반드시 사전 체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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