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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자원봉사 작은일부터 꾸준히|대한YWCA「자원봉사자 사례 발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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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한YWCA연합회(회장 김갑순)는 지난달 29, 30일 양일간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와 사례발표, 훈련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자원봉사자들의 고충과 역할에 관해 광범위한 토론을 벌였다.
자원봉사 사례발표에 나선 이선희씨(미국인 선교사·가정법률상담소 자원봉사자)는『한국생활 16년 동안 번역·통역·외국문서정리·바자 일손돕기 등으로 자원봉사에 임해왔다』고 밝히면서『자원봉사를 통해 사회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졌고 자신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그 보람을 자랑스럽게 털어놓았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관심이 지금과 같이 늘어난 것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터다.
사회의 전반적인 관심이 사회복지의 측면으로 쏠렸고, 가족과 이웃·지역사회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필수요건으로 점차 부각되었기 때문.
그결과 청소년단체와 기관에는 청소년자원봉사자가 줄을 이었고 YMCA·YWCA·각 여성단체 및 사회단체에는 많은 여성들이 자원봉사자로 널리 활약하게 되었다.
이씨는『미국에서는 자원봉사자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고 전제하면서『한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이 사회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만 지니고 있다면 인종차별과 계층간의 빈부차도 자원봉사자가 해소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특히『한국의 경우 대가족제도의 잇점과 미국남편에 비해 한국남편의 귀가시간이 늦다는 점이 자원봉사활동의 좋은 여건이 된다』는 이씨는 주위의 작은일부터 봉사하는 각오가 자원봉사자가 되는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또 한국에서의 자원봉사자는 물질적·정신적으로 여유있는 중년여성에게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며 단 한시간이라도 병원이나 양로원·고아원·도서관·교회·학교에서 간단한 안내일부터 시작해 보라고 충고한다.
고아원과 불우한 이웃에게 손수 뜨개질한 옷을 나누어준 서풍자씨(주부·46·사랑의 뜨개질회장)는 『주위의 열성 있는 주부들이 함께 힘써온 노력으로 명절때마다 1천여 벌의 뜨개질한 옷을 불우아동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었다』면서 자원봉사자들의 당면과제는 기술이나 시간이 없다는 점보다 무보수봉사에 대한 자부심의 결여, 일에 대한 지속성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힌다.
자원봉사를 원하는 주부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서씨는 말한다. 사회에 봉사하는 일이 마치 시간이 남는 여성들의 사치라고 여기는 주위의 시선이 서씨로서는 가장 괴로운 일이었다고. 그는 또 자원봉사의 규모가 커갈수록 이웃주부들과의 친목단체 역할도 할 수 있어 대만족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서씨는『봉사활동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한때 가정생활이 엉망이었던 적도 있었다』면서 바로 그때 동료 자원봉사자들의 격려와 도움이 없었던들 오늘과 같은 봉사를 계속 이끌어 나갈 수도 없었을 거라고 회고한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난 뒤 봉사의 결심을 굳힌 오경자씨는 가정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메모해둔 생활의 지혜가 널리 알려져 주부들에게 보탬이된 때가 가장 감격스러웠다며 부모의 봉사자세가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자원봉사의 의의는 크다고 주장한다.
그결과 자원봉사자들은『자원봉사활동에 대한 확신없이 일시걱·감상적인 영웅심이나 자혜심 만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배제되어야한다』면서 사회단체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에 대한 일원화된 창구마련과 전문교육기관 설치가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라고 결론지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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