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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각성과 변화속의 서남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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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성과 변화로 꿈틀거리는 서남아-. 오는 8일부터 전두환대통령이 순방할 버마·인도· 스리랑카는 모두 탈가난의 몸부림으로 여념이 없다.

<강한 민족적 자긍심>
이들 3개국은 2차대전후 다같이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 민족적 자긍과 국가건설을 사회주의를 통해 시도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있다.
이제 정지·외교적으로는 나름대로 위치를 굳혀 국내적으로는 정치의 안정, 국제적으로는 한몫의 발언권을 행사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우선의 국가경영은 경제의 장기정체라는 국민생활의 희생을 치르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결과 빚어진 산업의 낙후와 가난은 외자도입과 공업화로 경제개발을 서둘러온 한국·대만·싱가포르와는 물론, 아세안국가보다도 훨씬 심하다.
바로 이런 모순과 갈등으로부터의 탈출이 이들 3개국의 시급하고도 공통적인 과제였고 그 때문에 전대통령의 방문이 한층 의미를 더 하는 것으로 보였다.
가난과 비능률, 그리고 초라함을 미워하며 발버둥쳐온 우리 눈에는 인도가 안고있는 숱한 문제를 단숨에 느낄 수 있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의 요충으로 하루 수백대의 점보제트기가 뜨고 내리는 뉴델리공항은「초라하다」는 첫인상을 씻을 수 없다. 뉴델리의 중심가에 까지 임자 없는 소(우)떼가 어슬렁거리는가 하면 뉴델리에선 영양실조의 걸인들이 외국관광객의 옷자락에 벌떼처럼 달려들어 손을 내민다.
기자가 도착한날, 신문들은 인도 독력의 인공위성 발사를 대대적으로 예고했지만 TV로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인구(6억8천만명)의 6%에 불과했다.
전인구의 70%가 문맹이고 50%가 월수80루피(한대 6천4백원) 이하의 절대 빈곤층 이어서 선거 때 정당표시와 기호를 손바닥(여당인 콩그레스I)이나 나뭇잎 등으로 표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에 투표로써 정권이 바뀐다니 기이한 느낌마저 들였다.
여당출신의 하원의원인「라카파」씨는 인도의 실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비동맹의 종주 인도>
『우리는 두개의 인도를 갖고있다. 하나는 유구한 문화전통,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와 의사 등 세계 제3위의 훈련된 인력, 세계 제3위의 국방력과 정치강대국을 자랑하는 인도다. 또다른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절대빈곤층, 연평균 2%의 저성장, 껍데기뿐인 교육, 부패·질병, 국민의 기대와는 처음부터 어긋난 사회제도를 부끄러워하는 인도다.』
또 인디언 익스프레스지의「자카리아」기자(수상실 출입)는 『많은 지식인은 부끄러운 인도가 진짜의 모습이라고 비판하지만「인디라·간디」수상은 자랑스런 인도를 바탕으로 부끄러운 인도를 청산하는데 역점을 두고있다』고 했다.
내셔널 헤럴드지의「야시팔·가푸르」사장은『내부적 모순이야 어떻든 인도는 비동맹의 종주국이고 국제사회에 강국으로 등장했다. 반면 한국은 분단에서 오는 어려움을 딛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해냈다. 때문에 인도는 한국을 위해 외교적 영향력을 유리하게 행사하고 한국은 개발경험을 인도에 이전한다면 양국관계는 급신장될것이며 바로이런관점에서 전대통령의 방문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자력갱생 수용 못해>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숙제는 버마·스리랑카도 마찬가지였다.
62년이래「네윈」이 이끌어온 버마는 이른바 미얀마식 사회주의(Burmese Way to Socialism)라 하여 내부통제와 쇄국을 통해 고질적인 인종분쟁과 내정불안을 극복하고 강대국들이 각축한 격동의 아시아시대를 용케 비켜설 수 있었다.
그러나 관리능력을 넘는 산업의 국유화, 국민의 수용태세가 덜된 자력갱생은 엄청난 부존자원을 방치한채 20년 이상 국민소득을 1백달러대(82년은 1백83달러)에 묶어두는 장기침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굶주리지는 않는 자연조건, 철저한 내부통제, 현세의 불만을 감수하고 내세를 믿는 불교(전국민의 83%)의 영향 등으로 버마인들은 이 과정을 감내해 왔다.
지난76년부터 버마는 스스로 만든 틀에서 서서히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끈」이 달리지 않은 외자를 들여오기 시작했으며 애써 이룩한 민족자본이 침식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국의 개발능력을 차용하는데 눈을 뜨고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버마의 요인들이 서울을 다녀가고 우리상사들이 진출함으로써 한국은 배울만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62년 한국의 수출고가 3천2백만 달러에 불과할 때 3억5천만 달러를 수출했던 스리랑카는 우리가 2백10억 달러를 달성한 82년에는 14억달러 수출에 머물러 있다. 이런 답보가 모두 +사회주의경제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77년 친서방·자유개발경제정책을 표방하고 집권한「자예와르데네」대통령은 한국형 경제개발을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작년 대통령선거 때 여당은『한국을 배우자』고 내걸었고 야당은『스리랑카를 식민지화 하려는 미·일·한·싱가포르를 배격하자』고 맞섰던 사실이 스리랑카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때문에 한국은 스리랑카의 가난탈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어야 할 입장에 서있다.

<전 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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