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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업체들, 구제 금융설 극구 부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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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외건설업체에 구제금융 수백억원이 나갔다는 소문이 시중에 파다하게 깔려있어도 정작 해당업체들은 이같은 사실을 한결같이 극구 부인.
그러면서 행여 소문에 이름이 오를까봐 모두들 숨을 죽이고 조심하고 있다.
A업체는 지난 연초부터 지금까지 4백90억원에 해당하는부동산을 11월말까지 처분하겠다는 약속으로 4백10억원을 대출받았다는것. 그러나 막상 A업체는 자금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구제금융은 생각해 본적도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어음마저 한꺼번에 몰려들어 걷잡을수 없는 사태가될 우려가 있기때문.
B업체도 사옥매각, 중기사업소, 시공중인 공사의 중도매각을 전제로 상당량의 구제금융을 받고 은행에서는 사람까지 파견, 자금관리를 하고 있다고.
C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려 종업원 급료도 못주고 있는 실정.
해외건설로 크게 일어섰던 D업체는 최근 건설업매각등 소문이 퍼지자 『진짜 어려웠던 고비가 지나가니 이번에는 악성소문이 퍼진다』고 펄쩍 뛰는 상태.
이밖에 국내아파트 건설로 돈을 번 뒤 해외건설에 잘못 뛰어들어 손해를 본 E업체는 『부채가7백억원인데 신규아파트사업으로 1천3백억원이 들어올 예정』이라며 문제없다고 거돕 장담.
★…영동사건이 터지자 급전처방을 내리고 매일매일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한은의 통화관리 실무자들은 황금연휴를 맞아 은행들이 문을 안 열자 일단 한숨돌린 표정.
그러나 3일 아침 일찍 하영기총재가 집무실에 나와 함께 출근한 전 임원들로부터 영동사건에 대한 보고를 듣느라 유독 총재실 주변은 다소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참석중 이번 사건으로 지난 1일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다.
★…영동개발 진흥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황금연휴를 박탈해갔다.
즉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된 조흥은행·태평양투금·은행감독원등의 임원·관련부서 실무자들은 연휴기간중 하루도 빠짐없이 정상 출근했다.
이들은 보통 새벽 1,2시까지 야근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뒷수습대책을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료제출등 검찰에 대한 수사협조를 하고있다. 은행감독원은 감독원대로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중이어서 눈코 뜰새없이 바쁜 실정. 어느 관계자는 연휴도.없이 바쁜것이 좋지 않은 일 때문 이어서 도시 신명이 안난다며『제발 바쁜일이 이번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하고 한숨.
★…건설부 해외건설국 관계자들은 휴일인 1일에도 청사에 나와 서일건설 처리문제,전반적인 해외건설업체 수지분석 작업등으로 하루를 보냈다.
또 박승백 해외건설국장은 조흥은행 임원과 함께 서일一의 해외공사헌장을 조사확인하고 발주처와의 협의를 위해 2일 1주일간 예정으로 해외출장을 떠났다.
한편 건설부는 문제업체 9개를 선정, 해외건설 수지상태·재무구조등 경영실태를 분석하고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까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건설부는 전반적으로 해외건설이 어려운중에 서일은 비교적 단단하고 문제없는 회사로 생각했다가 막상 일을 당하고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이번 영동사건으로 정부 각부처중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곳이 재무부.
1일에는 강경식장관과 이기욱차관·이형구제1차판보·강현욱이재국장을 비롯, 관계직원들이 대부분 출근,금융사고방지를 위한 가중처벌법·금융감독에 관한 법률제정, 신용정보회사 설립등에 관한 각계의 의견을 모아 이의 문제점을 협의했다. 차관을 비롯한 관계직원들은 2일에드 계속 출근.
관계자들은 자금난을 겪고있는 조흥은행이나 일부 단자회사 지원문체등에 대해서는 거의 함구, 자금사정이 곧 정상화 될 것이라고만 되풀이하면서 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고 하소연. 재무부는 세부대책을 마련하는 대로 그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경제기획원의 기획국 직원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은『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흘러간 영화제목-.
5차5개년계획의 전면수정작업에 한참 피치를 올리고 있는 판에 대형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져나오자 『도대체 맥이 빠져서 일할 맛이 싹 가신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넋두리.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마당에 물가 제로 작전이니, 경기회복이 무슨 설득력이 있겠느냐는것.
5개넌계획의 수정작업의 진짜 핵심은 바로 이 같은 사건이 터지지 않는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일 듯.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기획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재무부가 알아서 할일」이라며 조심스런 관망세로 일관.
최근들어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등 갖가지 중요정책 결정때 마다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적극 강조 해온것과 비교하면 정작 중요한 일에는 「강건너 불구경」을 하고있는 셈.
★…잇단 금융사고의 여파로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일부 기업에서는 대주주의 보유주식을 내다팔아 급전을 마련하는등 자금마련에 부심.
이에 따라 최근 증시에서는 주식의 자전거래가 크게 늘어 지난달 27일 한일은주식 3백만주가 삼보증권 창구를 통해 자전된것을 비롯, 28일에는 한양화학 지주주식 20만주가 제일 증권에서,동해투금주식 2O만주가 동서증권 창구를 통해 자전거래 되는 등 하루4O만∼50만주의 주식이 자전되고 있다.
자전거래는 대체로 대주주의소유 지분조정을 위해 쓰여지나 요즘 자전이 부쩍 느는것은 이보다는 은행과 사채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데 따른 급전 마련용으로 대주주들이주식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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