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자신감 넘치는 「성숙의 중년」은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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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친구들끼리 모이면 서로가 어느틈에 중년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나이를 의식하게되고 그 나이와 더불어 동반되는 여러가지 부작용이나 심리적 증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잦아졌다.
만날때마다 요전번 만났을 때보다 더 늘어난듯한 흰머리카락과 주름살, 그리고 어느날부터 갑자기 돋보기안경을 액세서리처럼 넣고 다녀야만하게된 친구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씁쓸해지는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직 국민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자질구레한 뒷바라지에서부터 사춘기에 들어가 천방지축 부모들을 놀라게하는 아이들, 대학생이 되어서 말은 영악스럽도록 현실적으로 하면서도 행동은 여전히 철부지를 면치못한 아이들의 뒤치다꺼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나이마다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들때문에 심각하게 고민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은 부모들 자신이 자라왔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기때문에 끝없이 상충되는 가치관과 행동양상으로 인해 부모들은 당황하고 어수선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딱이 중년여성들이라고 지적하지는 않지만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쏟는 과잉투자·과잉보호가 빚는 갖가지 부작용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은 이미 식상할 정도로 여기저기에 팽배해 있다.
이렇게 어려운 자녀교육문제에 못지않게 힘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안정되지 않은 사회에서 일을 하는 남편들의 사업이 불안하기때문에 한두마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잡다한 일들로 중년 여성들은 동분서주, 때때로 몹시 바쁘다.
그러는 가운데 요근래에 갑자기 고등교육을 받은 중년여성들의 문제가 사회적인 커다란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권위있는 신문마다 여성란을 마련하고 여성들이 가지고있는 문제들을 다각적인 견해로 분석하여 나열하고 그 대책까지도 친절히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논조들이 한결같이 부정적인 흐름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나는 지적하고 싶다. 중년이 되었다는 사실만도 불쾌하고 서글픈데 중년여성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심리적 현상을 부정적인 필치로만 대서특필하여 중년여성들을 매도하면 도대체 중년여성들은 어디에 발을 붙여야 한단 말인가?
또 각 매스컴에서는 여성이 소유하여 누릴수있는 행복은 이렇게 남편의 그늘아래서 사랑받으며 남편과 아이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데에 있다고 청취자들에게 설득하고 있다. 이렇게 공허한 말의 되풀이속에서 여성들은 자기도 모르게 모두 자기최면에 걸려들었다. 내남편, 내아이들, 내집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좁은 안목으로 자기가 없는 생활을 하면서 그 세계속에서 끊임없는 자기도취를 계속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년에는 중년만이 가질수 있는 아름다움이 참으로 많다. 사람의 마음은 성숙하는 것이기 때문에 젊었을때에는 안보이고 안들리던 것이 중년에서는 보이고 들리게된다. 이런 안정감과 자신감을 가지고있는 중년여성은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자기중심의 상을 꾸미고 추구해 나갈수 있다.
가정의 믿음직한 지휘자로서 주부의 역할을 하고 자녀들을 올바르고 당당하게 키우기 위한 건전한 철학을 갖고, 한 남성의 아내로서 그에게 활력을 넣어주는 아름답고 매력있는 존재로 자신을 가꾸고자 노력한다면 중년은 얼마든지 즐거울수 있다.
현대적인 감각이 담겨진 유행어를 소개하면서 이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하루를 기쁘게 지내려면 목욕하고 미용실엘 가라. 1주일을 신나게 지내려면 자동차를 사라. 한달을 즐겁게 지내려면 집을 사라. 그러나 일생을 보람있게 지내려면 신앙과 신념과 일을 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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