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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로 등단한 지하씨 알고보니 이제하씨 외동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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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기 한 장의 사진. 왼쪽에 꽃다발 한아름 안은 젊은 여성은 올해 중앙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자 지하(30)씨고 오른편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비스듬히 서있는 이는 잘 알려진 시인이자 소설가 이제하(68)씨다. 28일 중앙 신인문학상 시상식 직후 찍은 사진이다.

찬찬히 보시라. 이목구비며 얼굴 윤곽이 닮지 않았는가. 그렇다. 둘은 부녀 사이다. 올해 중앙일보로 등단한 새내기 작가 지하씨의 본명은 이슬. 이제하씨의 외동딸이다.

지하씨가 이제하씨의 딸이란 사실은 당선자가 확정된 직후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당선자는 이 사실이 알려지는 걸 반대했다. 수상 소감에 아버지에 관한 언급 없이 '언제나 외롭지만 강건하셨던 어머니께 언젠가는 좋은 글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적은 것도, 본명 대신 필명을 고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다"며 "아버지하고는 3년째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상식장에 아버지가 나타나면서 둘은 화해했다. 아버지는 기쁜 마음으로 축하의 말을 전했고 딸은 아버지를 환영했다. 소감을 묻자 아버지는 "깜짝 놀랐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대학 때 시를 썼던 건 기억하는 데 소설을 쓸지는 몰랐네. 특별한 경쟁자가 생겨났으니 앞으로 나도 긴장해야 겠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딸은 여전히 말을 아꼈다. "네, 아버지가 오셨네요"가 전부였다.

올해 중앙 신인문학상 예심위원으로 지하씨를 추천했던 소설가 김형경씨는 "작품세계는 아버지와 판이하지만 사물을 보는 시각이나 남다른 감수성은 본받은 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이른바 '전방위 예술가'로 불리는 문단의 원로다. 1960~80년대 '유자약전''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에서 파격적이고 섬세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그 남다른 감수성이 딸에게서도 보인다는 것이다.

김형경씨는 "지하는 모두 8편을 응모했는데 모두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며 대성 가능성을 점쳤다. 99년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지하씨는 현재 영화전문 주간지 '무비위크'의 편집담당 기자다. 현재 활동 중인 부녀 소설가로는 한승원.한강씨 부녀가 있다.

글=손민호,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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